끝나지 않는 드라마, ‘요즘 내 일상’ 편
나는 가끔 어떤 드라마 하나를 골라 하루동안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정주행 한다.
때때로 주부로서, 나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는 마음이 부질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에 파묻힌다.
평소에는 ‘시간 낭비’라며 TV를 멀리하지만,
이상적인 시간을 보냈다는 자기 위안이 무색하다면,
차라리 쓸데없는 시간에 몸을 던지겠다는 오기로.
10시간 가까이 바보상자라 불리는 그 네모난 화면 앞에 앉아 있노라면 어느새 내 정체성은 흐려지고,
나는 내가 아닌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다.
희로애락의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마치 내 앞에도 뭔가 극적인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눈부신 반전이나 특별한 사건이 펼쳐질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막상 눈을 돌려 마주하는 건
변함없이 고요한 집 안 풍경과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하루다.
정주행 하는 동안만큼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기쁨에 웃고, 슬픔에 울며, 작은 승리에 함께 숨을 고르기도 하며 현실을 잠시 벗어나지만, 돌아온 나의 자리는 여전히 고요하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가 끝나는 순간, 허탈함이 밀려온다. 빈 소파와 평범한 찻잔이 나를 반기고, 거울 속 나는 여주인공이 아닌 변함없는 나다.
나는 깨닫는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고, 내 일상은 그저 내 일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결국 남는 건 공허함뿐이다.
잠시 남의 삶을 빌려 살았을 뿐, 마지막 회의 자막이 올라가면 나는 다시 내 일상으로 돌아온다.
주인공 놀이가 끝나면 다시 대본 없는 내 드라마의 시작이다.
반전 없는 설거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