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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철 Oct 26. 2022

‘대중파워’ 를 형성하라.

30대 활동가의 대중파워 형성기

비영리 영역에서 일을 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할 때의 목표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변화'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핵심이 '대중파워를 어느 수준으로 만들어냈는가'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핵심동력이 대중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 부로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아이들 급식 만들기, 주민참여조례 청원 인원 6000명을 달성했습니다! 모두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아이들 급식 만들기' 주민참여조례의 대표청구인이었다. 대표청구인은 해당 주민참여조례를 책임지고 추진하는 사람을 말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한 초봄부터 겨울이 오기까지, 주민참여조례의 청구 조건인 주민 6000명의 청원을 달성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6000명의 청원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핵심은 6000명을 설득하여 청원을 얻어내는 것이었다. 이 조례는 방사능 안전검사가 의무화되어있지 않은 어린이집을 포함하여 초중고에 방사능 안전검사를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을 주민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를 추진하자는 설득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야 했다. 그것도 매우 많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청원을 하는 당사자가 이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임을 증명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청원 용지에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6000명이라는 숫자와 90일로 제한된 청원 기간도 문제였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70명의 주민을 만나 청원을 받아야 했고, 하루를 쉬면 쉰만큼 티가 났다. 벽면 게시판에 적힌, 부족한 청원 인원 총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90일 중 휴식일로 지정한 월요일과 명절을 제외하면 무조건 사람을 만나러 돌아다녔다.


대중파워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는가?라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앞서 설명한 주민참여조례는 일정한 성과를 만들어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000명의 주민청원을 달성하였고 이제 조례 제정을 위해 구의회의 통과 절차만 남겨 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장 높은 문턱인 주민청원을 달성해 낸 것이다.


이후 소개 청춘콘서트 또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라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멘토들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콘서트마다 수백수천의 시민들이 강연장을 찾았다유튜브에서는 관련 인기 영상들의 조회수가 수십만 단위로 폭발했다


청춘콘서트를 기획하고 실행한 단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콘서트가 흥행하면 할수록 새로운 자원활동가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기존 활동가들의 역량은 향상되어가는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났다.


또한 청춘콘서트를 통해 확인된, 변화에 대한 시민의 바람은 당시 비정치인이던 안철수를 정치의 무대로 이끌어냈다. 재능 기부로 강연을 하며 청년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정치와는 상관없던 개인이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0%를 넘기며 압도적인 1위를 마크한 것이다. 그렇게 확인된 변화에 대한 바람을 '안철수 현상'이라 부르는 일도 벌어졌다. 청춘콘서트에 출현한 멘토들의 발언이 기사화되고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특정 그룹 또는 단체의 활동을 계기로 '대중파워' 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서 대중파워란 ‘다수의 대중이 모여 함께 만들어낸 영향력’ 을 의미한다.


NGO(비영리) 혹은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공익과 관련된 해결되지 않은 문제' 대해 다수 대중이 응집하여 만들어  힘을 '대중파워'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 이를 만들어내는 대중 그룹을 대략 서너 가지의 각기 다른 범위 구분하여 설명할  다.  


A그룹. 문제 해결을 희망하는 대중의 여론 형성하는 시민, 주민  가장 넓은 단위의 대중 그룹 

B그룹. 캠페인 참여나 후원  여론 형성 이상의 행동 나설  있는 적극적인 대중 그룹

C그룹이메일, 연락처, SNS 등을 매개로 비영리단체와 연결되어 소통이 가능한 대중 그룹 

D그룹. 자원활동가, 후원회원  단체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는 대중 그룹


A에서 D 그룹으로 향할수록 해당 대중 그룹의 전체 규모는 작아지고 변화에 대한 평균적인 의지는 높아진다.


NGO(비영리) 단체나 활동가는 각 그룹을 모아내기 위한 각기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다.


A와 B 그룹은 불특정 다수의 시민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시민행동 캠페인이나 프로젝트, 홍보활동을 실행할 수 있다. C와 D 그룹은 단체의 핵심 역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들과 함께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해볼 수 있을 것이다. C와 D그룹의 형성은 A와 B 그룹에 속해 있던 대중이 특정 계기를 만나 단체와 연결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다.


만약 어떤 비영리 단체가 공익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한다면  캠페인의 성과는 무엇으로 측정 가능할까?


캠페인의 성격에 따라, 기획에 따라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 핵심 성과지표)가 달라지겠지만 보통은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의 숫자, 언론에 보도된 횟수, SNS 좋아요 및 공유 등 확산된 정도, 캠페인의 성공을 위해 모인 모금액, 캠페인으로 인해 촉발된 새로운 제도 혹은 수정된 제도 등을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성과로 거론한 내용은 대부분 해당 캠페인의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관련이 있다. 이들이 형성한 '양적, 질적 역량' 이 곧 대중의 힘, 대중파워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영리단체는 이러한 대중파워를 만들어내기 위한 전략과 기획을 실행해야 한다. 전략과 기획단계에서 '대중파워'의 형성 정도를 측정 가능한 지표나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또한 연락처, 이메일, SNS 등 단체와의 연결고리가 형성된 대중들과 지속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마을에서 마을 주민 한 사람이 가로등 추가 설치를 희망하는 경우와 마을 주민의 50% 이상이 희망하는 경우, 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는 매우 다를 것이다.


사회 변화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을 희망하고 행동에 나설  변화가 시작된다. , 대중파워가 세상을 바꾼다.


이후 글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 대중파워를 만드는 사람들

 - 대중파워와 디지털 전략

 - 대중파워와 오프라인 캠페인

 - 활동가를 위한 전략적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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