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인철 Oct 26. 2022

30대 활동가, 직급 인플레이션을 겪다.

30대 활동가의 대중파워 형성기

나는 지난 10년의 활동 속에서 직급 인플레이션의 시대를 제대로 거쳐 왔다. 본부장, 위원장, 대표, 선임연구원, 기업 대표 등등 30대에 이미 ‘장’ 이 들어가는 웬만한 직함은 다 가져본 것 같다.


30대 초반에 NGO에서 실무총괄이나 기획본부장을 맡았고 30대 중반에 정당의 상임대표와 정책위원장을 맡았다. 비영리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기업 대표를 거쳐 가장 최근에는 6150명이 청원한 주민참여조례의 대표청구인과 모 후보 대선캠프의 뉴미디어본부장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일 때부터 특정 프로젝트나 조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팀을 책임지며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정하고 협업하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 방식이자 역할이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보니 몇 가지 요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는 대략 ‘영역, 젊은 연령대, 새롭게 시작하는 조직(프로젝트)’ 정도의 3가지 요건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NGO(비영리)의 자원활동가였다. 이 영역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귀하다. 좋은 비전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와 역량을 투자해야 한다. 돈이 벌리는 일도 아니고 개인적인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자발적으로 마음을 크게 내고 꾸준히 참여한다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주어질 확률이 타 영역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잘 화합하고 원만하게 실무를 수행해 낼 수 있다면 하나의 팀을 맡기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역할에 따라 더 폭넓은 경험이 필요하거나 스스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리더십을 획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연령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내가 활동했던 곳은 대부분 2030이 조직을 주도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높은 직함을 맡을 시니어가 없었다. 젊은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젊은 사람들이 높은 직급을 맡게 되었다.


3번째 요건, 새롭게 시작하는 조직이나 프로젝트에 결합한다면 높은 확률로 ‘책임자’의 직함이 주어진다. 아직 프로젝트가 자리를 잡기 전 이기도 하고, 외연 확장의 단계가 오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주어진 높은 직급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경우에 따라 ‘내가 이 직급을 맡아도 괜찮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주저함이 생기겠지만, 만약 여러 상황이 허락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자.



직급을 맡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첫째, 주인 된 자세로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이끌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수처작주 (隨處作主)’ 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 말대로라면 내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직급에 놓여 있든 주인 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뜻은 직급과 상관없이 ‘수처작주’ 하라는 것이지만 내 경험상 높은 직급을 맡거나 책임을 지게 되면 자의 반 타의 반, ‘수처작주’ 하게 되는 상황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 된 자세로 일할 수 있다면 더 몰입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 아주 좋은 조건이 된다.


둘째,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기획하고 설계하는 단계를 경험을 할 수 있다.


나는 영역은 다르지만 스타트업 성격을 가진 활동의 경험을 하거나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프로젝트를 새롭게 맡게 되는 경험이 많았다.  앞으로 종종 언급될 평화재단 청년포럼과 미래당 활동은 그 시작을 같이 했으며 주민참여조례와 다윗프로젝트는 마치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듯 처음부터 기획하고 설계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나갔다. 덕분에 새로운 조직이 처음 만들어지고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 책임자로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 그리고 이를 실행해나가는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일정 직급 이상의 책임자는 일정한 분기마다 팀의 새로운 사업계획을 총괄하며 지속적으로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다.   


셋째, 팀원에 대한 소통, 조정, 동기부여 등 팀 운영을 경험할 수 있다.


팀을 맡은 책임자는 본인만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에 더 많은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 팀원들과 함께 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안건을 준비 한다거나 팀원들과 소통하며 업무를 살피고 역할이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함께 조정해준다. ‘동기부여’는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팀원들이 좀 더 일할 마음이 나게끔 소통해주고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책임자의 역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책임’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임을 지는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책임의 무게를 심적으로 견디고 책임을 지는 관점에서 사고하며 일을 완수해나갈 때 더욱 성장한다’는 말로 이해한다.


나는 책임지는 직급을 맡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낸 활동가들이 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팀원이었던 A 활동가는 회의 시간에 불평이나 문제제기가 잦은 편이었다. 그로 인해 회의 분위기가 긴장에 휩싸인 적이 많았는데 팀장이 된 그는 팀원일 때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야, 타인에 대한 배려나 소통하는 모습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직급 또는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은 한편으론 다소 부담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변화시키는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이전 01화 갑툭튀 26살 청년, 국회의원 후보 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