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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인철 Oct 26. 2022

청춘콘서트의 숨겨진 주인공들

30대 활동가의 대중파워 형성기


사회변화를 위한 대중파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NGO 활동가, 사회운동가, 정치인  다양한 이름이 거론될  있겠지만 나는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시민이야 말로 대중파워를 만들어가는 핵심주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활동가들만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없을뿐더러 다수의 시민을 ‘참여하게 만드는 자체가 변화의 과정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경제적 대가나 이득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기꺼이 사용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자원활동가라고 부른다.


이후 글을 통해 내가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된 청춘콘서트를 사례로 삼아 대중파워를 만들어가는 자원활동가의 활동과 운영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청춘콘서트의 숨겨진 주인공, 청년 서포터스>


* 외부안내팀


“서울시청 입구 접수대 쪽에 시끄럽게 뭐 하는 거냐며 자꾸 항의하는 아저씨 한분이 계세요. 시끄럽거나 그런 거 없는데 약간 시비 거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죠?”


“의전팀장님, 지금 의전팀에 ㅇㅇ님 역할 아직 없으신데 그곳에 보내서 대응하게 해 주세요” 


* 접수팀


“여기 미리 줄 서 있는 사람들이 시작 시간 되었는데 왜 오픈 안 하냐고 성화인데 접수 오픈해도 될까요?”


“지금 열면 안 돼요, 접수 시스템 아직 세팅 안 되었다고 하거든요, 사회자 쪽 소통해서 양해 멘트 요청해주세요”


* 무대팀


“리허설 시작 30분 전인데, 앞 행사팀에서 정리가 늦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리허설 못하면 본 행사 때 사고 납니다. 그쪽으로 바로 갈게요”


* 운영본부


“외부팀 부팀장이 아까부터 시민들 상대하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요”


“거기 ㅇㅇ님 여력 되시면 역할 잠시 교대해주시고 부팀장님 휴식하게 해 주세요”



서울시청광장에서 1  규모의 청춘콘서트가 개최되었다. 5 이상 청콘을 기획하고 운영해온 우리  입장에서도 굉장한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청춘콘서트는 대부분 실내 강연장에서 500~1000 내외의 규모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50 내외의 자원활동가들이 팀을 이뤄 청콘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자원활동가의 총규모가 무려 400명에 이르렀다.


당일 현장의 무전 채널에서는 각 팀의 상황이 수시로 공유되고 있었다. 이제껏 다뤄본 적 없는 규모의 대형 무대와 넓은 광장 우리 앞에 펼쳐져 있었다. 수십 명의 팀장단과 수백여 명에 이르는 자원활동가들이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착실히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2011년, 처음 자원활동을 시작했을 때 안내 팀원으로 배정되어 피켓을 들고 시민들을 안내하던 나는 1만 청춘콘서트 기획본부의 본부장이 되어 있었다. 나는 어느 순간 희열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400여 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몇 달간 함께 열심히 준비해온 과정도 떠 올랐고 그로 인해 당일 콘서트 현장이 차질 없이 운영되는 모습을 바라보니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렇게  규모의 콘서트를 과연 해낼  있을까?’라는 물음이 ‘잘할  있다라는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냉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들에게도 들이대지 않는 잣대를 자기에게 들이대서 자기를 계속 괴롭히지 않는 .   이러냐.   정도밖에  되냐.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때가 많습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괜찮다. 이만하면 괜찮다.  살았다. 이건 제가 저한테 하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 김제동 청춘콘서트청춘콘서트는 강연식 콘서트의 원조격이라   있다. 안철수, 조국, 김여진, 노희경, 김제동, 법륜스님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이 재능 기부 강연을 했고 이는 우리 사회의 ‘멘토 열풍으로 이어졌다. 시민 누구에게나 무료로 열려 있는 공익 콘서트였기 때문에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강연장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자리를 찾지 못한 분들을 위해 강연장 로비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강연장 공간 대여와 콘서트의 기획 실무 모두 비영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지자체나 학교에서 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해주었고 행사 전체 운영은 청년 자원활동가들이 담당했다. 대학생이나 직장인  20 청년들이 대다수였다.


콘서트의 규모에 따라 이를 준비하는 자원활동가의 규모가 달랐는데 500~1000 규모의 강연에는 보통 50 이상의 자원활동가들이 투입되었다. 10 내외의 팀장급은 경험이 쌓인 정기 자원활동가들이 담당했고 나머지 40 명은 그때그때 모집한 신규자원활동가들이 역할을 수행하였다. 규모에 따라 달랐지만 자원활동가 모집부터 오리엔테이션, 사전 준비, 학습모임, 당일 행사까지 보통 1~2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2011년 대학 재학 시절, 나는 처음으로 ‘청춘콘서트 서포터스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다. 처음 모인 자리이다 보니 좀 낯설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설레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넓은 강당 공간에 60명 이상의 청년들이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사회자의 첫인사와 함께 강당의 불이 꺼지고 ‘여는 영상 보았다. 영상에서는 청춘콘서트가 치러졌던 현장의 모습들, 멘토들의 강연 장면, 서포터스들의 준비과정, 자원활동에 임하는 관점  콘서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이후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가지 아이스 브레이킹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고 팀장단 소개와  배정이 진행되었다. 청춘콘서트에는 안내팀, 접수팀, 지원팀, 무대팀, 방송팀  여러 팀들이 역할을 분담해서 수행하고 있었는데 나는 안내팀에 배정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안내팀장 ㅇㅇ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희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간단히 해볼까요? 지금 내 마음이나 기분 상태를 점수로 표현해본다면 몇 점인지, 오늘 이곳에 오시면서 어떤 생각이나 기대를 했는지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제 기분은 지금 7점입니다.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 들어서 여기 찾아오기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ㅠㅠ 엄청 조급하고 덥고 그래서 7점이었는데, 오늘 오리엔테이션 참여하면서 청춘콘서트의 취지를 들으며 감동이 있었고요, 앞으로 진행될 일들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지금부터 좋아질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2011 청춘콘서트 김제동 편을 시작으로 나는 청춘콘서트팀의 일원이 되었다. 2018 10 서울시청광장 청춘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전국의 지자체와 대학교를 다니며 전국의 청년들과 50 이상의 청춘콘서트를 진행하였고 이에 함께한 누적 서포터스들의 숫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안내 피켓을 들던 스물일곱의 대학생은 이후 여러 팀의 팀원으로, 사회자로, 팀장으로, 실무 총괄로 청춘콘서트 자원활동가의 경험을 쌓았다.


청춘의 에너지가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청년 자원활동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며 콘서트를 만들어갔다.  사람,  사람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단순해 보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부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할을 헌신적으로 수행한 청년 서포터스들이 있었기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있었다.


사람들은 청춘콘서트라고 하면 유명한 정치인이나 연예인을 떠올린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멘토들이 있었기에 청춘콘서트가 꽃을 피울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주인공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강연장 곳곳에서, 무대 뒤편에서, 방송실에서, 주차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 청년 서포터스들이 있었다.  과정을 즐기며 우정을 쌓고 성장해나갔던 그들이야말로 청춘콘서트의 숨겨진 주인공이었다.


이전 03화 ‘대중파워’ 를 형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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