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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02. 2022

목수로 살아가기 1

취미로 시작해서 목공을 가르치는 목수가 되다.

목수가 되어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하며 살아보자는 결심을 한 지 5년 차에 이르렀다.


30여 년 이어 온 대기업의 빡센 직장생활을 마감해야 할 즈음 무슨 일을 해야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때에 몇 가지 대안을 생각했었다. 아직 애들은 결혼 전이지만 공부를 모두 끝냈고 각자 살 길을

찾아가고 있는 시기여서  아내도 밥벌이 일로 스트레스받는 것은  충분히 해왔으니 덜 쓰고 살면 된다고

이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밀어주었다. 전공을 살려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회사 일과는

관련 없는 대학 전공을 잊고 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서 새로 도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고

또다시 밥벌이와 연계되는 일로 긴장하며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집안에 필요한 소도구나 집을 수리하는 일까지 소소한 것들을 직접 해결하곤 하셨다. 어렸을 적

철공소에서 일을 하셨다는 데 그래서인지 어린 내가 보기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고 하는 일을

쉽게 해결하는 듯 보였다. 그림을 썩 잘 그렸던 작은 형은 어린 나에게 존경스러운 존재였다.  


목수 일을 배우기 시작해서 얼마 안 되어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내게 걱정스럽게 물어 온 친구가 있었다

'그 건 재주를 좀 타고나야 하는 건데... 네가 거기에 소질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냐?'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이긴 했지만 내심 마음 한 구석엔 좀 언짢은 생각도 들었다.  은퇴하는 나이에 들어

무슨 전문영역에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 무리수라는 약간의 핀잔 같이 들렸다.

목공을 배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의 목공 생활에 대해 아내도 주변의 지인들도 나의 고상한 취미생활로

여기며 재미있겠다는 말로 흘려보내곤 했었다.  내 자신도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을 안고

목공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점 점 커져가는 목공에 대한 호기심과 나 자신의 열정에 스스로도 의외라 여기며 목공에 빠져들었다.

아침 9시경부터 저녁 5시 반까지  간혹 저녁시간을 넘기면서도 하루 종일 공방에서 나무와 씨름하거나

공구를 수리하거나 작품 디자인을 하면서 일주일에 4일~5일씩 공방에서 지냈다. 어떤 때는 공방장도 없이

며칠을 혼자 공방을 지키며 작품에 몰두하기도 하고 나만의 공방을 꿈꾸며 목공에 익숙해져 갔다.


목공에도 세부적으로는 여러 분야가 있다.  주택이나 상가, 사무실 등의 내부 시설을 꾸미는 게 전문인

인테리어 목수(내장 목수), 가구나 소품을 만드는 소목수,  한옥이나 사찰 등 건축물을 짓는 대목수, 그리고

나무 조형물을 만든 목조형 예술작가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구 또는 소품을 만드는 소목수와

목조형 예술작가는 비교적 거리가 가깝다.  나무로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가 여러 형태로 달리 표출되고 어디에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더 세부적인 전문분야로

나뉠 수 있다.  

가구로는 식탁, 책상, 차 탁자/협탁, 서랍장, 장식장, 화장대, 의자, 책장, 거실장 등이 있고  소품으로는 나무쟁반_트래이, 소반, 목기(나무 그릇), 조리용 기구, 액자, 필통, 보석함, 우드스피커, 조명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들어 볼 수 있다.

목조형 예술 작품은 나무를 가공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세워 놓든 벽에 걸든 공간에

매달든 나무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나무를 가공해서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것,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소목과 목조형 예술 분야의 공통점이다. 다만 소목은 결과물에 기능적인 부분을 담아내고 있을 뿐이다.


처음 목공을 배우러 찾아갔을 때 배우고자 하는 분야와 목적을 물으셨다. 개성을 담은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에 공방장은  '예술 가구'라는 답을 주셨다.  그분이 추구하는 분야와 잘 맞아서 배움에

주저함이 없이 한참 동안 매진할 수 있었다.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보면서

정말 멋진 가구들과 소품들_작품들을 접하고 무의식 중에 오래도록 찾고 있던 것들을 찾아낸 것처럼 약간의 흥분과 희열이 솟구쳤다. 놀라움과 함께 흉내 내고 싶은 욕망이 끓어올랐다.

내 디자인으로 처음 만든  가구(콘솔테이블)


3년 남짓 직장 출퇴근하듯 목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틈틈이 관심 있는 목공기술을 배우고자 분야의 전문가를 따로 찾아가서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이리저리 알게 된 다른 공방의 구경도 하면서 나만의 공방에 대한

설계를 구체화하였다.


큰 도시에서 공방을 차리는 것은 큰 비용이 든다. 도시 또는 도시 근교에 있어야 회원도 많아지고 목공일

할 기회는 많겠지만 그만큼 필요한 비용도 커진다.  아내와의 합의로 시골에서 목공으로 소일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공방을 차리기로 했다. 그러나 내심 나는 내 계획대로 설계하고 투자계획을 세웠다. 목공에 대해

전혀 모르는 아내는 그저 남편이 알아서 하려니 내버려 두었다.

가까운 친척이 가진 폐가를 정리하고 그곳에 조그만 살림집과 공방을 동시에 지었다.


나는 이제 소목수다. 가구를 만들고 소품을 만들고 조형물에 도전하고 있다. 5년 차 소목수는 아직도 서툴다.

10년, 20년 이 분야에만 매진해 온 분들에 비하면 초보에 가깝다. 수공구를 좀 다룰 줄 알고 목공기계에 익숙하다해서 목수라고 하기엔 그분들이 본다면 어설픈 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고 아직 갈 길이 먼 초보 목수 일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소목수다. 나무를 가지고 구현해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아직은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것을 흉내내기에 급급하고 그마저도 재주가 미미하여 완성도가 미흡하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 낸  것에 대한 희열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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