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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09. 2022

목수로 살아가기 5

敎學相長 (교학상장  :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

목공을 시작한 이후 내게 목공기술을 가르쳐 준 분은 다섯 분이다. 세분은 내가 다니던  공방 두 곳의 공방장과 공방장에게 기술을 전수하셨던 선생님 한 분 그리고 다른 두 분은 특정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접 찾아간  

목공 고수였다. 그분들의 경력이 짧게는 8년, 길게는 20년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분들도 목공의 분야별 전문가이지  목공의 대부분을 섭렵한 것은 아니었다. 곡선 가구에 심취한 분, 전통가구를 전문으로 하신 분, 목선반으로 조형물 제작만 하시는 분, 톱과 끌, 대패 등 수공구를 잘 다루시는 분,  첨단 CNC기계를 잘 활용해서

목공을 하시는 분 등 각자의 관심분야에 심취한 분들이었다.  그분들의 강점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으나 내겐

과한 욕심이었는지 어느 것 하나도 기술을 제대로 습득한 게 없다. 흉내만 내면서 계속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

나 또한 목공의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속 도전과 실패를 거듭해가며 경험을 쌓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내게 맞는 영역 안에서 편하게 여기며 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정착하리라 생각한다.


공방을 오픈한 지  1년 남짓, 몇 명 안 되는 수강자가 꾸준히 목공을 배워가고 있다. 하는 일도 다양하다.

대학생,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근로자, 군인 등. 각자 목공을 하는 이유야 다르겠지만 소모적 소일거리가 아닌 생산성 있는 취미로 선택해서 무언가 나만의 것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각자 직업과 개인적 관심분야, 장점이 다르듯 목공에서도 적응 속도, 손재주가 조금씩 다르다.


3년여의 준비, 숙련기간 동안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도

실패의 결과도 봤기에 나름 많은 경험을 쌓고 공방을 차린 셈이다. 목공의 분야 -가구, 소품, 장식물 등의

범위가 넓고 결과물도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들을 모두 섭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 목수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잘하는 분야, 관심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목공을 가르치고 있는 나도 다른 목수에 비하면 장, 단점이 있기에 수강자가 기대하는 것을 전부 다 잘 가르칠 수는 없다.  부분적으로는 수강자의 결과물이 내가 직접 했을 때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주려다가 오히려 더 더 나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수강자의 관심사항, 기대사항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늘 부족하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가 다른 데 그걸 다 대비하고 있기는 어렵다. 가끔씩 수강자가 가구가 아닌 새로운 소품을 만들고자 시도하는 경우 나로서도 처음 접하는 경우에는 가공 절차와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적지 않다.

수강자 본인도 욕구만 있을 뿐 해결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지식 없이 도전하는 경우에는 오롯이 공방장인

나의 숙제가 된다. 결국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핵심적인 부분을 직접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바로 답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현재 갖추고 있는 기계나 지그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황에 맞게 지그를 새로 만들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그도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서 사용하다가 수강자의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른 해결책을 찾는 경우도 있다. 지그를 보완하거나 아예 새로운 지그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수강자에게도 내게도 새로운 경험과 지식이 된다.  그분들이 숙제를 내고 내가 문제를 풀어가는 셈이다.


비록 수강자들보다 먼저 목공을 시작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앞서 가고는 있지만 그들 개개인이

각자 삶에서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이 내가 아는 목공기술의 빈틈 어디서든 도움이 되고 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목공기술에서조차 결코 자만할 수 없다.


공자 말씀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고 했다.  

누구에게나 그 사람의 장점을 보고자 하면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이다.  나이, 성별, 학력, 종교, 신체적 조건과

관계없이 개인으로서 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친구가 되고 세상 살아가는데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


30여 년의 직장생활 경험상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자세의 기본은 대화 공간에서의 언어 선택이다.

결국 인간관계는 말이든 글이든 대화로 만들어지고 대화의 수준이 관계를 대변해준다.  말을 거칠게 하거나

반말로 하대하듯 하면서 그 사람에게 대한 존중의 마음이 들 수 없다.  개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말을 '예쁘게', '품위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스승과 제자 사이든, 연인 사이이든, 친구 사이든, 부부지간이든, 부자지간 이든, 직장 동료든, 선후배든, 비즈니스 파트너든

모든 인간관계는 대화에서 시작되고 대화로 마무리된다.  


건전하고 바른 언어 선택으로 '예쁘게' 말하는 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친근감이 들고 대화를 지속할 수 있으면  조금씩 신뢰가 쌓이고 사적인 내용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간접 경험의 영역이 생기는 것이다. 서로의 틈을 조금씩 보여주며 새롭게 채워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인간관계를 지속하는 한 늘 언어 선택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조심스럽게 쌓인 신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관계가 이어지면 그와 나의 각자의 삶에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고 적어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병상련의 공감으로 위로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공감이 안 되는 영역도 있을 테지만

그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우린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배울 점이

있는 것이다.


공방에서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 세계에 몸담은 사람들을 만나고 각자의 관심과 취향을 대하며 그들이 공방

안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해결하거나 어느 정도 충족시키기 위한 이런저런 탐색과 고민을 해보고 그들과 대화하며 나의 인간관계와 목공기술의 발전을 느낀다. 회사의 직속상사, 부하직원들과의 대화와는 다른 영역이다.

공방장의 말과 행동이 수강자/공방 회원 그들에게는 큰 영향이 될 수 있다는 걸 되새기며 조심스럽게 그들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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