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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05. 2022

목수로 살아가기 3

나무는 나무일 뿐이다

목재를 가공해서 가구나 소품 또는 조형물을 만드는 일은 목재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목재의 종류는 꽤  많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나무 종류에 비하면 아주 적은 수의 나무만 선택되어

목재로 활용된다.


목공방에서 가구나 소품 제작에 쓰이는 나무는 대체로 대여섯 가지에 불과하다.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나무가 귀한 우리나라의 여건상 국산나무는 '느티나무', '참죽' 정도가 그나마 어렵지 않게 구해 쓸 수 있는 나무고

대개는 북미산 수입 원목을 사용한다.  화이트 오크, 레드 오크, 메이플, 애쉬, 월넛, 체리 등이 가장 많이

쓰이는 목재다. 이중 가구로서 가장 선호하는 나무는 단연코 '월넛'이고 가격도 다른 목재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월등히 비싸다.  월넛으로 만든 꽤 덩치가 있는 책상이나 식탁이라면 수백만 원을 각오해야 제작 주문

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아무리 아름답게 디자인된 가구라도 그 소재가 나무이어야 한다면 디자인과 기능적인 측면 외에도 제작과정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 나무는 다른 소재에 비해 가공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나무는 무게에 비하여 부피는 크고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특히 휨에는 매우 취약하다.


곡선으로 디자인된 가구라면 나뭇결 방향과 곡선의 휨 정도, 짜맞춤의 방식과 위치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나무는 온도 변화에는 강하고 습도 변화에는 민감하다. 표면 감은 부드럽고  따듯하다. 철이나 플라스틱에 비하면 자연 친화적이고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90')으로 만나는 목재의 결합(짜맞춤)은 몇 가지 요령만 익히면 그리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 소위

장부라고 하는 것을 암/수로 짝이 되게 만들어 결합한다. 너무 꽉 끼면 결합이 어렵고 너무 헐거우면 틈이 생기고 결합력도 떨어진다. 0.2mm 이내의 간극을 두고 결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 미세한 틈 사이로는 목공용 풀(Glue)로 채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목재와 풀은 하나처럼 강력하게 결합된다.


어떤 나무를 선택해서 작업을 하든 나무의 기본 특성은 직선적이다. 잘 건조된 나무는 휨에 매우 취약하기에

곡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나무의 가공에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나무를 얇게(6mm 이내) 켜서 목공풀을 칠하고 원하는 곡선 모양의 틀에 넣고 강하게 압착해서 굳히는 방식을 건식 밴딩이라 하고  습식 밴딩은

나무를 증기에 쪄서 충분히 습기를 먹은 상태에서 원하는 모양의 틀에 구부려 넣고 그대로 건조해서 모양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뜨거운 증기를 먹은 나무는 의외로 상당한 휨에도 부러지지 않고 견디며 그대로 건조하면 휘어진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 마치 쇠를 뜨겁게 달구어 구부린 후 식히는 것과 유사하다.


요즘은 목공 인구가 많아져서 나무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놀라운 디자인의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기인들이 적지 않다. 나무에 자기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할 만큼 장시간 섬세한 작업을 거쳐 흉내내기 어려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들의 작품을 보면 나무가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하고 화려하게 만들었다 해도 나무 조형물은 플라스틱이나 철로 만드는 정교한 물건에 비하면 그 정교함이나 화려함, 특별한 디자인도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이나 철은 녹여서 원하는 모양을 얼마든지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현대적 기계들은 미크론 단위까지 가능하게 하니 그 정교함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 대량생산으로 조립하면 어떤 디자인이든 어떤 크기이든 가능하다.  


나무를 아무리 잘 다루어도 나무는 나무일뿐이다.  나무의 특성 한계 때문에 다른 재료들처럼 막 다루어 변형하거나 크기를 크게 하거나 작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원목으로 만든 나무 제품은 같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나뭇결이 다르고 색상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고 한다.  사람도 그러하지 않을까?


한 부모에서 나와도 자녀들은 각자 다른 모습, 다른 성격, 다른 능력을 갖는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고 단 한 명도 똑같은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복제품 같은 인간이 상당수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인간들은 어떨까?  그런 동일 인간 집단 간의 비교와 경쟁이 일어난다면 이는 인종간 전쟁 이상의 참극이 된다. 개개인 인간의 특성이 다른데도 인류 역사 속에는 외형적인 모습만으로도

혐오와 상대의 멸종을 부르짖는 인종 간의 전쟁이 수없이 있었다.  


세상은 유사성과 다양성의 조화 속에 번영을 이루어 왔다. 너무 다르면 수용이 안되거나 혐오하고 너무 같은 게 많으면 소중한 줄을 모르고. 


나무를 나무답게 대하는 것도 목수가 깨우쳐야 할 덕목이다. 그 나무의 특성에 맞게 적당한 선에서 구부리고 다듬어야 하고 나무의 일반적인 특성을 넘는 작업에는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준비와 한계를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개성을 존중하는 데서

조화와 상생을 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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