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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04. 2022

목수로 살아가기 2

1분 만에 출근하는 시골 목수

살고 있는 살림집과 공방은 10m 거리에 불과하다.

그리 크지 않은 하나의 필지 안에 살림집과 공방을 다 마련하다 보니 가까이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남향으로

나란히 두어 햇볕도 잘 들고 비교적 너른 앞마당을 공유하고 있다.


집 문을 열고 나오면 공방까지는 스무 걸음이면 족하다. 집 현관에서 신을 신고 나서서 공방 문을 열고

사무실에 앉기까지 수십 초다.  낮이고 밤이고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할 일이 생각나면 언제든 들러서 일을 볼 수 있다.


직장인들에게 집과 직장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것은 좋지 않다.  언제든 일에 휩쓸릴 수 있는 심리적 거리도 가깝기 때문이다.  직장을 떠나  개인으로 일하다 보니 일과 놀이의 중간쯤에서  취미처럼 일하고 있다.

당연히 개인 시간은 많고 수입은 빈약하다.  그러나 바쁘다.  아직 미숙한 점도 있지만 공방을 운영하는 데는 자잘한 일들이 끊이질 않는다.


매일 공방 청소는 기본이고 화분에 물 주고  커피머신 청소수시로 집진기 확인해서 톱밥도 비워줘야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정기적으로 화장실도 구석구석 청소해줘야 한다.

이런 정리, 청소는 기본이고 목공 작업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필요한 공구와 보조도구(지그_Jig)도 많아진다.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건 모두 직접 만들어 쓴다.


목공 작업으로 가구나 조형물을 만드는 일도 재미있지만 목공의 진짜 재미는 필요한 지그를  직접 만들어

제대로 기능이 되는 걸 확인했을 때 희열이 더 큰 것 같다.

Spline Jig


밥벌이 압박이 있는 일이라면 집 앞에 있는 공방은 가족의 눈길과 관심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입에 대한

부담을 안지 않고 시작한 일이라 시간관리나 생산성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으나  혼자만의 취미는 넘어선

수준이라 공방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기대를 생각해서 유지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고 가끔씩 공방에 나타나는 아내의 잔소리에도 대비해야 한다.


공방을 완성하고 오픈하니 매일 챙기고 확인해야 하는 새로운 직장이 되었다. 블로그를 통해 공방 운영의 룰을 게시하였으니  스스로 지켜가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매주간의 일하는 요일과 시간, 휴무일이 있고 목공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지켜가야 한다.


아침 9시 출근하면 제일 먼저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그날의 할 일과 순서를 정한다.

30여 년의 직장생활에서 몸에 배어있던 매일 아침 출근은 어려움이 없다. 더욱이 1분 이내의 출근 거리는 일상생활과 일의 혼재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직장 생활할 때와는 근본적으로 일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르다. 오히려 집 가까이 공방이 있는 것이 편하다.  일과 취미의 거리만큼.


생업으로 목공을 하는 사람들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거리가 일정하지 않은 목공방은 모든 자영업자들이

그렇듯 늘 불안을 안고 산다.  그렇다 보니 목수들은 일 욕심에 무리하게 몸을 써서 고장 나는 경우도 허다

하다.  수시로 손에 가시 박히는 일은 예사이고 팔꿈치 앨보 고장이나 손목 인대, 어깨를 상해서 장기간 물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나는 취미와 일의 중간쯤에서 소득에 대한 부담이 없이 해도 몇 차례 앨보와 손 관절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로만 일하던 사람이 몸을 써서 일하려니 여기저기 통증이 생긴다.  그러나 모든 새로운 일에는 적응기간이 있고 적응이 끝나면 좀 수월해진다.  이제는 하루 종일 작업을

해도 몸이 피곤해서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해 아쉽거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힘들다.  더 좋은 작품에 대한 욕구를 채워가기 위한 욕망과 현실의 갭에서 좌절감을 느낀다.


생업으로서의 부담이 없는 공방은 놀이공간이다. 출퇴근의 부담도 벌이의 부담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없이

매일 아무 때고 하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직업이 될 수 있다.  부담 없이 얼마든지 내 맘대로 매달려 할 수 있는 일, 그것으로부터 얻어내야 할 것은 오직 하나 자기만족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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