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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11. 2022

목수로 살아가기 6

목공과 글쓰기

목공과 글쓰기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인 작업의 세계입니다.


전통적인 목공일은 그야말로 몸으로 익히는 손재주의 영역이었습니다.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로부터 배우고 숙련되어가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노동의 본질과 같은 일입니다

나무를 고르는 일부터 건조하고 자르고 깎고 파내고 다듬고  마침내는 적당한 오일을 발라서

나무색과 나뭇결을 살려내는 일까지 각 단계별로 다루어야 할 공구와 관련 기술이 몸에 잘 배어있어야

무난하게 해낼 수 있습니다.


과거의 목공과 현대의 목공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마도 디자인과 설계 단계의 일일 것입니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 선배들은 종이에 모양과 크기를 그리고 머릿속으로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며

제작 단계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요즘은 대단한 성능의 컴퓨터와 다양한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상상 속의 결과물을

컴퓨터 스크린 상에서 입체적(3D)으로 그려보고 수시로 수정해 가면서 원하는 결과물을

실제 모습과 거의 유사하게 미리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러한 소프트웨어 스킬을

미리 익혀둬야 가능한 일입니다만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난이도가 높지 않은 스킬입니다.

'스케치업'으로 그린 책상 디자인


디자인과 설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글쓰기도 기획과 설계라는 단계에서는 현대의 목공 일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글쓰기의 목적에 따라 어떤 내용과 결말을 지을 것인지 디자인하고

콘텐츠를 배열해보고 수정하고 결론을 미리 정해 놓을 것입니다.


소설이라면 전체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설정하고  줄거리의 전개과정을 설계하고

줄거리 주요 단계마다 플롯과 등장인물과의 연계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 과정이 잘 엮여야

괜찮은 소설로 마무리가 될 것입니다.

나무를 다루어 아름다운 조형물이나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어떤 나무를 어떻게 배열하고

짜 맞추고 어떤 최종 결과물(결말)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그 고민을

잘 풀어내야 괜찮은 조형물을 얻게 될 것입니다.


목공과 글쓰기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만  인간의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단계별 작업에서는

유사점이 많습니다.  기술의 종류와 일을 수행해가는 양상은 전혀 다르지만 창작의 과정으로 보면

비슷한 정신적 에너지를 소비하고 능력을 발휘합니다.


과거의 목공을 몸으로 익히는  육체적 노동으로만 보아왔다면  

이제는 많은 현대적인 기계와 도구와 기술을 활용한 창작활동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안전 작업과 결과물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여전히 몸으로 익혀가야 할 부분이 적지는 않습니다.


창작활동으로서 목공과 글쓰기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영역으로 만들어 가보려 합니다

늘 무언가 내용물을 뜯어보고 만들어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일에 별 두려움이 없었던 성격상

나무로 무언가를 구체화하고  글로 생각을 구현해보는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 보려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창작의 본능이 있습니다.  그러한 본능이 개개인의 구현 능력의 차이로 인해 드러나지 못하고

각기 다른 직업의 세계에서 살아갈 뿐입니다. 창작 본능이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그 일에 매진할 수 있다면 그 결과물의 사회적 성공 여부를 떠나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현실이 우리를 창작 본능과 창작 환경에서 멀어지게 하고 지치게하는 것이지요. 많은 것을 이루고 얻고 평안케 되는 나이에 들어섰으나  창작 본능을 망각하고 창작 환경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창작을 해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물으신다면 살아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되묻고 싶습니다.

인간의 행복은 본인의 마음속에 있다고 합니다.  창작의 기쁨을 마음에 담고 살 수 있다면 오늘 하루도

즐겁고 행복한 날로 채워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나무를 생각하며  책도 읽고 글도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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