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다. 암수가 상쇄되는 오차라면 다행이지만 둘 다 크거나 둘 다 작으면 아예 결합이 안되거나 틈이 생기고 헐거워진다. 특별한 장치를 하지 않는 한 사람 손을 거치는 목공기계 작업에서 오차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소규모 목공방에서 고가의 정밀한 기계나 디지털 제어기기를 써가며 공방을 운영하기엔 투자비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요즘에는 CNC 라우터를 들여놓고 곡선가구를 만드는 데 활용하는 곳이 꽤 있다. 손을 움직여 곡선을 가공하려면 정밀도도 문제지만 사전 준비부터 실제 가공까지 시간과 수고가 훨씬 많이 요구된다.
CNC로 가공하면 사전 세팅 시간이 꽤 필요하긴 하지만 반복 작업으로 여러 개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사람 손이 절대 따라갈 수가 없다. 사람 손과 기계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목공기술도 자본에 의해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가구나 소품을 만들다 보면 실수로 엉뚱한 곳을 잘라내거나 수치를 잘못 읽어서 너무 많이 자르거나 깎아내는 경우가 생긴다. 목공을 오래 한 목수도 가끔은 겪는 실수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빠르게 머리를 굴려서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고 현상황에서 일을 진행시킬 방안을 모색한다.
잘못 가공한 곳을 메꿔서 표가 안 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안쪽이라서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곳인가?
디자인을 일부 수정하여 사이즈를 변경할 것인가? 잘못된 부분을 원래의 디자인이 그랬던 것처럼 대칭되는 곳에도 똑같이 가공할 것인가? 안되면 결국 잘못된 부재(해당 부분의 목재)를 버리고 다시 만들 것인가?
인간이 로봇기계와 다른 점은 감성을 가진 측면이 강조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임기응변 또는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 엉뚱한 생각이 엄청난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엄청난 비극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수나 오차가 티 안 나게 복구되거나 그럴듯하게 수용되면 그것도 창작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많은 예술작품이 실수나 엉뚱한 발상 또는 보통사람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예술 작품뿐 아니라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개발에서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대단한 발견, 발명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일은 기계가 작업하는 상황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간이 만들고 세팅한 기계가 작업
범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경우에는 사고 발생이거나 불량품이 되는 것이다.
목공 작업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 비싼 원목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나무 손실뿐 아니라 그동안의 수고가 물거품이 되는 안타까움에 어떻게든 복구하거나 살려낼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그래서 목공에서 마지막 기술은 실수하거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임기응변
으로 복구하거나 메꿔서 정상적인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소위 '땜빵' 기술이라고 한다.
땜빵은 아날로그적 사고를 하는 인간의 수작업에서나 가능하지 기계 작업에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불량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그 불량품을 다른 양품으로 재가공, 재생산해낼 수도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대량으로 양산하는 가구는 대부분 산업용 대형 목공기계로 동일한 디자인과 사이즈로 사전 세팅된 값에 의해 자동으로 가공되는 것이다. 일부 조립공정에서 값싼 임금으로 사람을 써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실수나 오차를 용납하지않는 현대적 대량생산 시스템 하에서 만들어진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소위 가성비가 뛰어나다. 국내의 소규모 목공방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비유하자면 산업용 기계로 찍어내 듯 만들어내는 가구는 '멋진 풍경화를 산업용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하는 것'이라면 비싼 원목을 써서 많은 시간과 기술과 노력을 쏟아 넣어 만들고 때로는 실수나 오차를 창작으로 만들어가는 목공 수제가구는 개성을 담은 '풍경화를 직접 그리는 것'과 같다.
목공은 실수를 용납하는 작업이다. 또한 임기응변으로 실수를 만회할 수도 있고 실수도 창작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런 실수나 잘못을 스스로 바로 잡을 자세만 되어있다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법치'의 세상보다 더 인간적이고 살만한 세상을 꿈꾸어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