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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Nov 14. 2022

목수로 살아가기 8

잘 쓰고 잘 버리자

가구가 고장 나서 못쓰는 경우는 드물다

오랫동안 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가구는 모서리에 보기 싫게 흠집 나고 싫증 나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무도마가 유행이다. 느티나무 도마를 만들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얘기도 있고 인터넷에는 도마 만드는 영상도 꽤 많이 올라와 있다. 왜 나무도마가 유행하고 주부들이 나무도마에 관심을 두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목공을 하면서 주변에서 나무도마 만드는 것을 몇 번 봤다. 다들 본인이 쓰려는 목적보다는 선물로  만드는 것이었다. 본인은 필요하지 않은가? 본인이 써보니 좋아서 선물하려고 만드는 것인가?


목공 수련기간에도 공방을 오픈하고 나서도 1년  넘게 도마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 나무가 생장하는 기간에는 물이 필수이지만 목재로서 나무는 물과 상극인데 수시로 물에 씻어내고 또  잘 말려야 하는 도마를 나무로 한다는 것에  공감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옛날에야  도마로 쓸 수 있는 재료가 나무뿐이었을 테니 당연하겠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계열의 다양한 소재가 있어 실용적이고 예쁜 도마가 너무도 많이 나와 있다.


공방을 운영하다 보니  어느 시점부터 목공체험으로 도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썩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사실 목공 체험이랄 것도 없는 공방 구경하고 몇 가지 단순 작업(사포질, 오일칠)을 해서 서둘러 마감 처리된 도마를 챙겨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래도 참가자 입장에서는 목공방이 어떤 모습인지 볼 수있는 기회가 되고 가구 만드는 과정을 소개받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도마를 만드는 체험 끝에 나무도마 관리방법에 덧붙여 공들여 만든 나무도마 아까워말고 쓰시라는 당부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몇 차례 도마를 만들어 선물을 했는데  아까워서, 너무 예뻐서 차마 칼질을 못해 모셔두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몇 차례 도마를 만들어보니 멋진 문양을 뽐내는 '엔드그레인 도마'가 눈에 들어왔고 흉내내기 욕심이 생겼다. 제작방법을 탐색해서 그럴듯한 실물을 만들어냈다. 일에 걸쳐 애써 만든 예쁜 도마를 보니 나 역시 장식용 도마가 되었다. 과감하게 쓰다가 흠집이 나면 다시 샌딩(사포질)하고 오일을 바르면 새것이 되니 '아껴두지 말고 쓰시라' 했지만 내게도 실행이 어려운 얘기였다. 

어쩌면 예쁜 나무도마는 주부들이 맘에 드는 예쁜 그릇을  잘 모셔두고 속으로 흐뭇해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가정마다 책, CD,  장식용 소, 옷가지  등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오랫동안 집안 구석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물건이 꽤 있으리라.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다.  언제 다시 본래의 기능을 할지 기약 없이 쓰임을 기다리는, 끝내 그 기능을 더 이상 한 번도 못하다가  버려질 게 뻔히 보이는 물건들이 꽤 있다. 그런데도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두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아니다. 그냥 무관심이고 귀찮아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공방 안에도 자투리 나무가 쌓인다. 조각나무가 필요할 경우가 꽤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버리지 않는 나무도 있지만 습관적으로 쌓아두고 버리려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못 버리는 무들이 더 많다.


'아끼다 똥 된다' 했다.  나무 도마 쓰시라. 흠집 나면 수리, 보완해서 쓰고  상처가 심하고 싫증이 나면 적당히 버리시라.  그렇지만 사용 중에는 관리를 잘할 필요가 있다.  관리 잘못으로 조기에 폐기하게 되면 마음이 좋지 않다. 괜히 나와 맞지 않는 것으로 물건을 탓할 수도 있다.


'아나바다'라는 말이 많이 회자된 적이 있었고

초등학교 애들도 다 아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일부 정치인들도 있다. 


잘 쓰다가 잘 버리려면

기능에 맞게 잘 사용하되 적절한 관리를 해가며 '아껴쓰고'  필요이상 많거나 멀쩡하지만 내게 유용하지 않은 건 '나눠주고'   필요한 물건이 꼭 새것이 아니라도

서로 주고 받으며 '바꿔쓰고'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다시쓸 수 있게' 협조하자.

  

잘 쓰고 내게 필요없게 된 물건은 아나바다에 맞게 잘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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