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視詩)하다
우린 어쩌면
우린 어쩌면 바닷가를 걷고 있는지도 몰라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하던 곳
파도도 끝이라고 밀어부치는 경계선
그림자는 발끝에서 시작한다
모래를 만난 파도 몇 가락이
발가락을 치고 올라오다
맨 살에 데어 하얗게 구겨진다
발바닥이 뜨겁다
옆으로 걷는 게가
모서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발가락에 걸린다
게는 세상의 끝을 만난 것처럼 납작 엎드리고
나는 일용할 양식을 만나 구원의 작은 조각을 얻을 때
신(神)의 자비처럼 게를 놔준다
우린
앞으로 간다면서
게처럼 옆으로 걷는걸까? 어쩌면
그러다가 신의 자비를 만나
바위 틈으로 숨어 들어가
다른 세상의 처음을 읽는
모래 위 소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