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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제트 Jul 21. 2023

하얀 오후

시시(視詩)하다

하얀 오후


구름이 되어 구름을 본다

사라지는 깊은 침묵들

다시 돌아와

하얗게 토한다


바람, 지나가다

소리, 멈추고

토한 자국 지운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옹이들이

옅은 자국 위로 보인다

갈 수 없는 나라

푸른 안개

황홀하게 없어진 것들

초라하게 남아 있는 나


포개졌다 흘러간 구름처럼

사라지는 건 어렵지 않아

사라지는 걸 보는 게 어렵지


구름이 다시 돌아온 건

옹이를 애써 지우려는 너와

남겨진 구름들

등 돌린 내가 보이니까


빗방울이 똑 똑

링거처럼 몸 안에 들어오고 있는 하얀 오후.



Calgary Arbour Lake 살 때 뒷 마당에 연결된 공원에서 보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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