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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제트 Jul 25. 2023

<세상의 끝에서 세상을 말하다>2

다큐 PD 9인의 세상 기록

<세상의 끝에서 세상을 말하다>2


이승준 pd
[사람, 그 들을 향한 연애편지] 중에서


나는 카메라가 돌아간 시간의 양 자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아도 그 현장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인물들은 삶을 이어간다.

휴먼 다큐멘터리에서 인물들이 변화하는 순간 자체를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변화해 있는 모습을 담아내는 건 가능하고, 그 또한 큰 의미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시간이 흘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신의 아이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431 page)


전자책 432 page에 있는 사진

다큐멘터리 PD들의 글을 읽다 보니 새로운 세상을 접한 느낌이다.

극 영화를 다큐-여기서 다큐는 자연 다큐라기 보다 인간 다큐의 의미-보다 좋아했다. 그렇다고 다큐를 싫어했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보는 게 좀 거북했다.

다른 삶, 그것도 고난의 행군(?)인 그들을 화면으로 보는 것은 안락한 삶, 편안한 생활을 추구하는 나 같은 현대인들에겐 어쩌면 좀 불편한 일이다.


때로는 '수잔 손택'이 "타인의 고통"에서 말한 것처럼 우린 오히려 그들의 고통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본다고 하면서도 또 즐겼을지도 모르는 일.

그런 그들의 생활을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며 찍은 다큐 PD들에 대한 오해, 작품에 대한 불편함과 미안함 또 때로는 그들과 다르다는 안도함 같은 것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는 말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아홉 PD들의 지난날 혹은 작업 에피소드를 읽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들의 진솔한 고백과 촬영 시 에피소드를 읽으며 진한 감동을 느낀다.

이 책 역시 다큐와 가깝다.


그 중, 이승준 PD에 대한 글 속에 들어 있는 '시간이 흘러야 한다'라는 문장.


다큐는 시간과 함께하는 작업이다.

그 시간들을 편집하고 보완을 하지만 결국 인간은 시간과 함께 한다.

그런 시간에 대한 기록.


특히 아직 많은 시간을 지내지 않은 어린아이들.

"아이들의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라는 짧고도 굵은 문장.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어져 온 내 삶.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삶.

시간과 함께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생활, 가족들, 내 이루지 못한 꿈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다져나가는 것들.

그중에 하나인 [브런치]에 매일 하나씩이라도 글을 올리는 작업


이런 일도 다큐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작업-보는 사람은 별로 없어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들이 내 삶을 꾸준히 이어주고 있을 것이다.

나의 하루하루,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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