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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제트 Aug 12. 2023

신동엽-강( 江)

책 밑줄 긋기-신동엽의 江

신동엽-강( 江)


이민 오면서 대부분의 책은 기증하거나 지인들에게 주고 왔다.

아이들이 좋아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전집

그리고 이야기 세계사, 이야기 한국사등의 전집을 제외하곤

내가 계속 읽을만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추리고 추려 300권 정도만 골라서 가져온 것 같았다. 


그런데도 와서 책만 정리하다 보니 책장 세 개에 가득.

휴 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구나.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읽어줘야지..

했는데 


이민살이가 만만치 않다 보니 그건 헛된 꿈.

그런데 그중엔 시간이 나면 뒤적이게 되는 책도 있다.

오늘 그중에 하나를 펼쳤는데 

내가 가장 아끼는 시집 두 권-김수영 시집, 신동엽 시집-중 하나인 신동엽 전집.  

 

신동엽!

암울한 70년대에 시와 몸으로 살았던 시인.

"껍데기는 가라"와 "4월은 갈아엎는 달"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등

귀한 시를 지은 시인.

서사시 "금강"으로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 시인. 

1990년 5판 발행된 책. "90년 11.12일에 고대 앞 서점에서 삼"이라고 적혀있음

  

아무 데나 펼쳐도 아직도 좋다.

그중 눈에 들어온 江  

96페이지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江 이란 제목의 詩

"나는 나를 죽였다"로 시작되어

"강물은 통쾌하게 사람을 죽였다."로 끝나는 시.

이 시가 나온 시기가 1970년 봄이라고 되어 있으니 1969년 3선 개헌으로 나라가 떠들썩하던 때이다.

또 1970년 초는 국제적으로는 아직 베트남 전쟁 중이고 비틀스가 해체된 해이기도 하다.

가제트는 좀 더 철이 들고 나서야 그 당시의 시대 상황을 알았지만, 지금 읽어도 시 江 이 쓰인 그 당시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시에 투영되어 있음은 느낄 수 있다.

그 해 5월에 김지하의 시 <오적>이 사상계에 발표되어 김지하가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고, 11월에는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강은 그 당시의 상황을 나타낸 것처럼 보인다.

너도 죽고 나도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오늘은 江 이란 이 시가 나를 여름이지만 차가운 강물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국은 태풍으로 어려움을 겪고 다른 대륙에서는 폭염과 산불로 고통을 받는 이때.

일반 시민들은 그 와중에도 열심히 사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정치를 한다는 것들은 똑같이 바닥을 헤매며 시궁창을 핥는 이때.

내가 나를 죽이라 한다.

그래야 산다고. 


오랜만에 신동엽 전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당시에는 스쳐 지나갔던 시를 하나 발견하고

나는 나를 본다.

천천히 죽인다. 

나는 나를 오늘 저녁 죽였다.

이 글을 쓰면서.


만세!

그리고 내일 다시 태어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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