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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29. 2018

그래서 오늘도 난 행복하다

일상의 흔적 10

12월 28일, 따뜻하다고 불평한 나를 구박할 만큼 추운 한파. 좋아하는 동생을 만났다.

올해가 가기 전엔 얼굴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쁜 날들 때문에 카톡으로만 얘기하다 충동적으로 오늘의 만남을 제안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은 여전히 반가웠다. 추운 날씨에 종종거리며 밥집을 찾았고, 늘 그렇듯 맛있는 식사와 즐거운 이야기가 오갔다. 동생은 올해부터 키우게 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을 빛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이 아이를 보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껴. 잠을 자는 모습도, 놀아달라며 코를 들이미는 순간에도 마음 가득 기쁨으로 가득해."


반려견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동생은 올해 가장 행복한 선택이 반려견을 키우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올해를 다시 돌아보며 난 얼마나 많은 행복을 느꼈을까? 


흐려진 기억이 많지만 하나하나 떠올렸다. '엄마와 눈이 많이 오던 날 드라이브' '친구들과 벚꽃 나들이' '조카의 탄생' '오랜 친구와의 우정 여행' '동생과 처음 떠난 서울 여행' 등 수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점점 기억을 적어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 사소했던 순간이었음을 알게 됐다.


'아직 유명해지지 않은 맛있는 집을 발견해서 ' '친구에게 자주 가던 단골집을 소개할 수 있어서'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난 취저 커피' '서울에서 만난 인생 베이글' '오랜만에 만들어본 달고나' '따뜻한 붕어빵' '처음 성공한 에어프라이어 베이킹' '새로 오픈한 곳의 취저 페퍼로니피자와 수제맥주'


돌아보면 행복은 어쩌다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스며들듯 다가오곤 했다. 누군가를 만나던 순간에, 사소한 행동을 하다가, 늘 먹던 간식을 먹는 별일 없는 하루 중에도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이 행복했던 이유는 상대방과의 이야기가 즐거워서, 어쩌다 들려온 음악이 취향이어서, 추운 공기를 파고든 커피가 따뜻해서 등 소소하지만 나의 마음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들이 아닌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소소한 순간은 늘 내 주위를 맴돈다.


그래서 난 오늘도, 늘, 매 순간 행복하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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