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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31. 2018

비바 청춘, 빛나는 우리 인생을 위해

일상의 흔적 11

12월 30일, 바닷바람이 온몸을 강타하는 추위, 오랜만에 셋이 뭉쳤다.

대학 동기 3명으로 구성된 우리는 질기고 질긴 인연이다. 꽉 채운 9년째 서로를 놓지 못하며 늘 입으로 지겹다고 하지만 어느새 보면 서로를 챙기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다른 사람들이다. 서로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대학밖에 없는데, 같은 과를 나왔지만 현재 모두 직업이 다르고, 서로 술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삶에 대한 가치관이 전혀 다르고, 게다가 취향도 다르다.


이런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고 수많은 날들을 같이 보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지금처럼 앞으로도 같은 공간에 모이게 될 것이란 느낌이다.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셋이 모인건 더운 여름 이후로 처음이다. 서로의 탓을 하며 타박을 하고 내년엔 더 자주 모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남발하며 투닥거렸다.


그러던 중 호가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유 있는 휴식기를 가질 거란 이야기를 했다. 워낙 본인 분야에 대해 목표의식이 확고한 친구고 야망이 누구보다 강한 친구여서 퇴직과 휴식이란 말이 어색하게 들렸다. 호에게 젊음과 청춘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고 휴식과 여행은 지금은 필요 없는 사치였다.


"공허해서, 남은 게 없어서. 이제 29살이 되는데 나한테 아무것도 없더라고.

남들처럼 사는 거 한번 해보려고. 이제야 너희들이 한 말이 가슴에 박히더라.

늦지 않았으니까 지금이라도 내 인생 챙겨주려고."


그걸 이제 알았냐며 바보 멍청이라고 놀리고 이제라도 여유를 가지고 살라며 가볍게 웃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 호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본인 몸 아끼는 법 없이 어느 누군가를 위해 그 속에 본인도 있다는 믿음으로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았다. 그런 친구가 자신의 삶에 허무함을 느낀다니 마음이 아팠다.


호는 약속한 기간을 다 채우고 자유의 몸이 되는 봄에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잠만 자며 일주일을 보내보고, 아무도 없는 어느 산골에서 하릴없이 시간도 써보고, 첫 해외여행을 혼자 떠나보기도 하며 그저 남들이 하는 것들을 즐기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마음 편하게 쉬질 못하는 호에게 무식하게 일한다며 타박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 몸 아끼지 않고 일하는 친구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마음을 서툴게 표현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2019년이 되길 바란다. 훗날 우리의 마지막 20대에 대해 회상할 때 행복한 한 해였다고, 스스로를 위하여 살아온 우리의 어깨를 토닥일 수 있도록 그렇게 기억되길 바라본다. 열심히, 잘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 살아가고, 나를 위하는 것이 이기적인 선택이 아님을 강조해본다.


이 말을 꼭 너에게 해주고 싶다. 허무한 인생이란 없다, 내 친구야. 네가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는 우리가 그동안의 세월을 기억한다. 손에 남은 게 없다고 생각하지 마.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고 너를 응원하는 친구들이 곁에 있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29살,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엔 늦지 않았다. 너의 청춘을 위해 우린 어느 때고 시간을 내고 네 곁에 있을 거야, 너의 따뜻한 봄을 응원하면서. 비바 청춘, 남은 우리의 인생을 위해.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이곳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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