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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Dec 26. 2018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일상의 흔적 9

12월 26일, 흐리지만 따뜻한 공기.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 회사는 늘 연말이 전쟁이다. 바쁜 연말을 보내는 중에 약간의 여유를 즐기러 혼자 카페에 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헤이즐럿 크림 라테를 앞에 두고 오랜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시간이 얼마만인지 꽤나 오랫동안 움직임도 없이 있었다.


직업상 사람을 자주 대면하고 사람이 가득한 곳을 찾아다녀서일까 시간이 나거나 혼자 있을 땐 혼자 한적한 카페를 찾는다. 적당한 볼륨의 음악, 커피를 가는 소리, 향긋한 냄새, 웅성이는 소리가 묘하게 안정을 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지루해질 때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하고 있냐는 말에 그냥이라고만 말했을 뿐인데 친구는 단번에 내가 있는 곳을 맞췄다.


"카페에 있구먼. 왜 또 멍 때리러 갔냐? 밥도 안 먹고 갔지? 나와, 야식 먹자."


어떻게 맞췄냐는 나의 말에 친구는 내가 널 모르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그렇게 만날 약속을 정하고 친구가 오기까지 잠시 더 카페에 있기로 했다. 20대를 같이 보낸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나도 늘 어제 본 것처럼 편한 친구.


게다가 이 친구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던 무엇을 사던 어디를 가던 왜냐고 묻지 않는다. 그저 네가 그렇게 하는 데엔 이유가 있겠지라고 여긴다. 치킨을 신나게 뜯는 친구에게 왜 나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지 물었다.


"친구라고 모든 걸 알 필요도 없고 넌 물어보는 걸 싫어하니까. 내가 너 한두 번 보냐.

대충 앞뒤 상황 보고 그렇구나 하는 거지. 네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 없어.

말해주고 싶으면 말하고 아니면 말고, 네 선택이지.

설명하지 않는다고 널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그냥 널 존중하는 거지."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친구 앞에선 모든 걸 다 내려놓게 된다. 생각해보면 내 주위엔 언제나 나를 품어주는 사람이 많다. 깊은 속내까지 털어놓는 동생,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언니 등 나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 넓은 세상에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망망대해를 헤매고 풍랑을 만나 숨어들 때마다 등대가 되어주고 바람을 막아줄 내 사람 덕에 오늘도 든든한 하루를 보낸다.


(그나저나 유달리 요즘 부산이 따뜻하다. 패딩을 입으면 등에 땀이 날 정도여서 아침마다 망설인다. 물론 서울보다 늘 따뜻하지만 이렇게 겨울이 따뜻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눈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이러다가 진눈깨비도 못 보고 비만 내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다. 서울에선 눈이 올 때면 화가 나더니 부산에 와서는 눈이 그립다. 이런 이중적인 생각이라니, 다음 달이 되고 만약 뺨이 얼 정도로 추워지면 또 속으로 원망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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