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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an 07. 2019

과거의 어느 한순간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일상의 흔적 14

1월 6일,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햇살로 기억될 포근한 날씨. 재밌는 질문을 받았다.

최근 타임슬립을 주제로 다양한 드라마, 영화가 나오고 있다. 같이 영화를 본 지인이 만약 타임머신이 개발되어서 과거 어느 한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글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지나온 과거를 바꿀 수 없으니 더 고통스럽지 않겠냐고 답했다. 그러면 과거로 돌아가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살면서 운명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개척할 수 있다면 돌아가겠냐고 되물었다.


글쎄... 이 질문의 답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돌아간다고 한들 내가 지나온 과거보다 더 열심히 살 것이라는 의지도 없고, 오히려 더 아등바등 살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려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난 내 모든 과거를 사랑한다. 순간순간 열심히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만약 내가 타임머신을 탄다면 단순히 과거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서 일 것이다.


"노력하고 있구나. 괜찮아 다 잘될 거야. 불안해하지 마, 옳은 길을 걷고 있어.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마. 어떤 미래를 만나든 너의 행복이 제일 중요해."


다시 그 순간들로 돌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어두운 터널에서 방향도 모른 체 뛰고 싶지 않다. 그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고통스러운 나날은 견뎠기에 담담한 내가 있다. 내 20대는 나름 치열했고, 굴곡진 많은 일도 많았고, 오랜 방황도 거쳤고 수많은 인연들도 있었다. 물론 행복한 순간, 다시 볼 수 없어 내 과거에만 살고 있는 보고 싶은 사람, 가끔 떠올리면 후회하는 순간들도 있지만, 그 작은 순간이 쌓여 만들어진 지금의 나와 내 역사를 사랑한다.


과거로 돌아간다... 후회하는 단 한순간으로 돌아가 '나'를 말릴 수 있다면, 혹은 아예 과거의 내가 되어 다시 삶을 살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살면서 안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바보 같은 내 선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정을 내릴 것 같다. 지금의 나를 만든 모든 순간을 후회하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다 소중하다.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지인들, 따뜻한 내 집 등 과거의 선택이 달라졌을 때 바뀌게 될 현재가 두렵기도 하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선택 때문에 지금의 인연을 다 놓친다면 더 큰 후회를 만들 것 같다.


진부한 얘기지만 제일 중요한 것을 잊지 말자며 우린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재를 소중히 여기자, 현재를 사랑하자,  현재에서 현재를 위해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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