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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an 04. 2019

반짝반짝, 너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

일상의 흔적 13

1월 3일, 따뜻해진다는 기상청 예보에 뒤통수 맞은 추위. 오랜만에 유학 간 친구를 만났다.

친구와도 알바를 하던 영상회사에서 만났다. 21살, 동갑을 만나기 힘들었던 그곳에서 만난 친구와 나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사실 어떻게 말을 트고 어떤 식으로 처음 사적으로 만나고 만남을 이어왔는지 서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어느 순간 옆을 돌아보면 친구가 있었다.


게다가 우린 늘 비슷한 위치로 알바를 나갔다. 시간이 엇갈리거나 비슷하게 끝나면 서로를 기다리고 서로의 장소에서 염탐하며 장난을 치곤 했다. 스케줄이 나오면 늘 서로에게 연락해 먼저 확인했고, 같은 장소에 배정되면 신나게 알바 날을 기다렸었다. 성격이나 식성도 비슷하고 늘 유쾌한 친구 덕에 알바비를 받은 날이면 매주 맛있는 걸 먹고 노래방을 가곤 했다.


소소한 20대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타지로 학교를 나간 탓에 학교를 제외한 친구가 없던 나에게는 소중한 친구였다. 내가 서울, 제주도를 떠돌 동안 늘 그 자리 그곳에 있어준 친구이기도 했다. 언제 연락하던, 얼마 만에 얼굴을 보던 매주 만났던 그날처럼 만나고 마음을 나눴다.


친구는 늘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해외에 나가서 살 것이라는 말을 했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지키는 친구고, 흘러가는 농담도 없는 말은 하지 않는 친구이기에 언젠가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던 중 친구는 급작스럽게 유학을 결정하고 물 흐르듯 준비를 마쳤다.


유학 가기 전날, 여느 날처럼 맛있는 식사를 하고 별다른 일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평온한 일상처럼 하루를 보냈다. 당장 내일이면 떠날 친구의 상황을 머리는 인지했지만 마음으론 자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친구가 떠나고 캐나다에 도착해서 밖을 보여줬을 때 비로소 정말 먼 곳으로 갔다는 생각을 했다.


이 친구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나는 늘 반짝반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친구는 자신만의 기준, 목표가 있었다. 뚜렷한 의지나 확고한 열정 혹은 한우물을 깊게 파는 그런 모습이 나와는 달라 마음 한구석에는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친구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적었다. 유학을 가고 싶지만 여러 주변의 이유와 새로운 곳, 타국 생활, 새로운 언어에 대한 걱정이 컸던 나보다 더 용기 있는 결정을 했다. 시차의 차이로 가끔 카톡을 주고받을 때면 한국에서처럼 유쾌하고 발랄하게 지내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도 느꼈다. 늘 진취적이고 밝은 친구가 내 곁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어제와 같았다.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때론 소곤소곤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며 늘 그렇듯 편한 만남이었다.


반짝반짝, 친구는 처음 만난 그날 같았다. 한국에 오기 전 먹고 싶었던 닭갈비를 먹으며, 친구가 없는 동안 생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문득 친구와 만났던 처음이 떠올랐다. 늘 처음 그 모습처럼 변하지 않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게 큰 위안이다. 서로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지겨운 일상에 큰 변화가 없어 할 말이 없어도 만나면 즐겁다.


친구가 다시 캐나다로 떠나기 전 하루를 더 만나기로 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처럼 그날도 오늘과 같을 것이다. 우리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유쾌하고 편한 만남일 것이다. 다음 만남이 언젠지 기약할 수 없어 약간의 아쉬움이 뒤섞이겠지만 늘 그렇듯 내일 또 만날 사람처럼 헤어질 것이다. 이곳저곳을 떠돌 때 같은 자리에 머물러준 그 친구처럼 이젠 내가 같은 자리에서 친구를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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