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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an 22. 2019

무던한 사람... 그게 진짜 나일까

일상의 흔적 19

1월 21일, 추운 겨울바람에도 코트가 입고 싶은 날. 동생을 만났다.

여러 가지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동생이 좋아하는 즉석떡볶이 집으로 달려가 그동안의 일상을 나눴다. 동생은 근래에 힘든 일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 좀 흐른 지금은 좀 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느 정도 해탈하듯 담담해진 것 같았다. 보글보글 매콤하게 끓어오른 떡볶이를 먹으며 동생은 가벼워진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동생은 어떤 상황이든 담담한 내가 신기하다고 말했다.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할 때나 순간 멘탈이 흔들려 혼란한 감정을 내비칠 때도 내가 담담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더 본인의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고 나에게서 안정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대체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긴 하다.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본 적이 없다. 내 감정을 주체 못 하거나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본 적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던하다 혹은 성격이 많이 무심한 편이다, 기분이 직선처럼 평탄해 보인다는 말을 주로 들었다. 이외에도 내가 힘든 일이 있는데 본인에게 말을 안 한다고 여기며 서운해하던 사람도 있었다. 마치 내가 별일 없이, 딱히 힘든 감정 없이 살아가는 게 굉장히 못마땅하다는 듯(미련 없이 인간관계를 끊었다).


물론 지인들의 생각처럼 무던하고 무심한 편이긴 하다. 호불호는 명확하지만 딱히 싫고 좋고를 따지는 편은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해서 그러려니 넘길 때도 많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대방에게 바로 던져버리고 잘 잊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딱히 감정이 끓어 넘쳐서 주체하지 못할 만큼 화가 나거나 슬픈 적이 거의 없다(두세 번 눈앞이 검은색으로 변할 만큼 화가 나본 적은 있다).


그러나 난 내가 무던하고 무심하다기 보단 감정을 표출하는데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며 어떻게 늘 평탄할 수 있을까, 나도 분에 못 이겨 눈물이 나거나 스트레스가 심해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감정을 굳이 상대방에게 내비치지 않을 뿐이다.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혼자 해오던 습관처럼 감정도 늘 혼자 다독였다.


그러다 보니 '별거 아니야, 괜찮아'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고 점점 무던해진 것 같다. 그냥 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런 일이 나에게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나에게도 생긴 것뿐이고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딱히 내 혼란이나 고민을 누구에게 털어놓거나 징징거리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감춰두고 살면 힘들지 않냐는 말도 들었지만, 딱히 꾹꾹 눌러 참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 문제가 나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으니 힘들 것도 없을 뿐이다.


가끔 이런 내가 이상하다는 말을 듣거나 감정 표현을 해야 된다는 말을 들으면 그래야 하나 싶다. 그러나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인들이 보는 무던하고 무심한 사람도 나고, 엄마가 보는 세상 낙천적인 사람도 나고, 그냥 감정을 표현하는 게 미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도 나다. 결국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건 나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내가 충분히 만족스러우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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