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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an 28. 2019

상대방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눈

일상의 흔적 21

1월 26일, 추운 바람을 이겨내는 따뜻한 마음. 혜원정사를 찾았다.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고 싶거나 어지러운 마음에 안정을 주고 싶을 때면 스님을 찾곤 한다. 평온한 얼굴로 말없이 내주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스님은 먼저 말을 묻는 법이 없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가도, 기쁨을 감추지 못해 입가가 씰룩여도 그저 웃고만 계신다. 이런 점이 편안해 늘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스님을 찾는다.


스님과의 이런 인연이 늘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마음을 터놓거나 말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다는 것은 내게 큰 행운이다. 오늘도 별다른 일이 없이 명절 전 인사라도 드리고 싶어 찾아갔다. 도심 속 사찰이지만 문 하나를 넘어서면 마치 산속에 들어온 듯 청량하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즐기며 경내를 걷다 스님을 뵈었다.


3년째 보는 스님의 방이지만 늘 변함없이 같은 모습이다. 변화가 없어 익숙해진 공간에 들어서는 것은 마치 내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안도감. 오랜만에 온다며 잘 지냈냐는 안부를 건네는 스님의 얼굴이 말갛다. 마주 보는 내 얼굴에도 맑은 웃음이 걸렸다. 스님이 내주시는 차를 마시며 그동안의 소소한 일상을 나눴다.


스님은 한차례 순례를 떠나셨다 돌아오셨고, 난 브런치를 시작했으며 지금의 회사에서 이제 1년을 채웠다는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스님은 담담히 말을 건넸다.


"송아, 어떤 사람을 만나던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먼저 발견할 줄 알아야 해.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건 장점을

잡아내는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야. 그 사람의 100% 중 좋은 점이 30%라고 하면

그 30%의 잘하는 점을 발견해서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


스님은 여러 이해관계로 얽힌 사회생활에서 상대방에게 먼저 배려하라는 말을 해주셨다. 답답하고 무능력한 사람을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의 단점만을 보고 단점이 마치 그 사람의 모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만큼은 상대방의 좋은 점을 먼저 찾고 그에 대한 칭찬과 독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혔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얼마나 찾았을까, 좋은 점을 보려는 노력을 하긴 했었나 생각했다. 상대방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방이 좋은 점이 더 많은 사람인지 혹은 단점이 더 많은 사람인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에게 그 사람의 의미는 달라진다.


한 시간이 넘게 차담을 나누며 앞으로의 변화를 다짐했다.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단점보단 장점을 먼저 보려고 하고, 그 사람의 작은 면이라도 좋은 점을 먼저 발견하고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상대방이 보는 나의 좋은 점을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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