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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Feb 01. 2019

나에게도 돌아갈 곳이 있다

일상의 흔적 24

2월 1일, 바람이 사나운 겨울. 집으로 간다.

제주도는 작년 가을쯤 우연히 취재 일정이 겹쳐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다. 일 년에 적어도 3번 많아도 5번이나 갈까 한 집 방문은 늘 이렇게 기분을 들뜨게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눈앞으로 다가오면 엄마와 난 카운팅을 한다. 이제 일주일이면, 3일 뒤면, 내일이면, 이쯤 되면 이산가족 상봉처럼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피어난다. 막상 같이 지내고 3일 뒤면 서로를 지겨워하고 각자 혼자 있고 싶어 한다고 해도.


부산은 이제 나에게 두 번째 고향 같은 곳이다.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면 부산에 내 집을 떠올리고, 부산에서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며 내 뿌리가 이곳에 단단하게 자리 잡혔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 살아가며 내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이곳생활의 모든 것이 나에게는 오롯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생활에 애착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부산에서의 내가 진짜 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태어나고 자란, 엄마가 계시는 제주도는 나에게 마음의 안정 그 자체다. 온전히 혼자라고 생각하는 부산과 다르게 제주는 나를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다. 익숙한 부산에서 조차 가끔 이방인처럼 섞이지 못해 겉돈다고 느껴질 때면 자연스럽게 제주도가 떠오른다. 복잡한 현실을 떠나고 싶을 때도 난 제주도가 떠오른다. 어린 날에 고민 없이 즐거웠던 그때의 나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그 문장 하나만으로도 더할 것 없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곳에서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질려 답답할 때도 그저 도망치고 싶을 때도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면, 내 한 몸 안아줄 곳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안정을 주었다. 그래서 더 집착 없이 살았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부산에서의 삶에 큰 원동력이 된다.


언제든 어떤 일이든 아무 말 없이 나를 꽉 안아 줄 그곳으로 오늘 돌아간다. 이곳에서 받는 따뜻한 안정으로 또 열심히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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