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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Feb 04. 2019

작은 생명이 주는 따뜻한 두근거림

일상의 흔적 25

2월 2일, 코트도 더운 겨울 속 봄. 작은 생명을 만났다.

엄마는 누구보다 끈끈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작은 모임이 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 많으면 4번 이상을 만나며, 30대 후반의 막내부터 이제 환갑을 맞이하는 왕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다. 서로의 생일부터 작은 경조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좋은 사람들만 있기에 안심하고 부산으로 떠날 수 있었다. 연령대가 높아 아줌마들만 있던 곳에 막내 이모가 아기를 낳으면서 활기가 돌았다.


오랜만에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는 모이는 이유를 계속 만들게 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혼자 남아 육아를 할 막내 이모가 걱정된 다른 이모들이 일부러 불러내기도 했다. 혹시라도 외롭거나 우울할까 봐 직접 데리러 가서 드라이브를 하거나 집으로 놀러 갔다. 나도 엄마에게 아기 옷을 사 오라는 미션을 받았고 전해줄 겸 아기를 만나러 갔다. 가기 전 걱정이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갈 식당을 찾는 것도 문제였고 아기를 예뻐하지만 딱히 좋아하거나 잘 봐주지 못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그러나 막상 만난 아기는 너무 얌전했다. 세상에 태어난 지 7개월이 된 아기는 엄마를 배려하는 법을 벌써 배운 것 같았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낯가리는 법도 없었고 엄마가 밥을 먹는 동안 얌전히 장난감을 맛보며 기다려주었다. 이 작은 아기에게 마음을 뺏기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잠시 짐을 챙겨야 하는 막내 이모가 아기를 내 품에 안겨준 그 찰나였다. 처음 안아본 아기의 따뜻한 온기가 먼저 다가왔다. 작고 조금은 무거운 아기가 품에 쏙 들어온 그 순간이 기억에 깊숙이 남았다.


아기를 예뻐하지만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어주는 아기의 미소를 바라보며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조그맣게 올라온 하얀 아랫니도 너무 귀여웠다. 10초에 한번 목이 빠져라 아기를 바라봤던 것 같다. 아기를 조금 더 안고 있고 싶어 저려오는 팔을 바꿔가며 꿋꿋이 안고 있었다. 아기와 사랑에 빠진 건 엄마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도 보여주지 않던 애교를 부리고 동요를 불러주며 어떻게든 아기의 미소를 보고 싶어 노력했다.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친구들의 아기를 보며 예쁘지만 지금처럼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이 작은 생명이 나로 인해 다칠까 봐 손끝으로만 만져본 것이 다였다. 엄만 이게 나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다고 했고 이제 결혼을 할 때라며 농담을 했다. 이번에 아기를 만나며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사실 결혼까진 생각이 있지만 아기를 낳는 것에는 부정적이었다. 아기를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을뿐더러 내가 아기를 좋아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가 준 두근거리는 온기가 생각을 변하게 만들었다. 꼬물거리는 아기의 움직임을 가슴으로 느끼고 온전히 안겨오는 아기의 무게를 느끼며 작은 생명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안정을 느꼈다. 게다가 눈에서 꿀을 뚝뚝 흘리며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에도 생각을 좀 변하게 만든 것 같다. 앞으로 만약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과 나를 닮은 아기가 낳고 싶어 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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