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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Feb 07. 2019

엄마의 품이 세상 전부였던 작은 꼬마

일상의 흔적 26

2월 5일, 거센 바람에도 따스한 햇살. 부산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

나름 길었던 설 연휴의 끝이 보인다. 늘 혼자 잠들던 엄마는 내가 있었기에 푹 잠들었다는 말을 하며 못내 아쉬워했다. 명절 준비 때문에 집까지 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맛있는 음식도 못해줬다며 계속 안타까워했다. 난 그런 엄마가 더 안쓰러웠다. 명절 연휴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한 건 내가 아니라 엄마다. 장을 보고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상에 올리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정리하기까지 난 그저 잠깐씩 '도왔을 뿐'이다.


타지에서 일하며 고생하는 딸이 집에서라도 아무 일 없이 편하게 쉬기만 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이용해 꾀를 부리는 건 나다. 선심을 쓰듯 물건을 옮겨주고 전을 부치고 다시 소파로 가는 딸 이건만 엄만 그것마저도 고생한다며 미안해했다. 지금 이 순간에 더 같이 음식을 만들지 않은 것을 후회할 나중을 생각해 이번 설엔 더 엄마 옆에서 알짱거렸다.


그렇게 나름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나니 벌써 마지막 밤이다. 품 안에 안고 어깨를 토닥이고 얼굴을 만지작거리는 엄마의 손끝에 미련이 가득하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오랜만에 앨범을 열었다. 앨범에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날의 내가 가득하다. 웃고 울고 때로는 엄마와, 때로는 아빠와 혹은 가족 모두가 단란하게 찍힌 사진을 보며 그날의 추억을 꺼냈다.


엄마는 사진의 모든 순간이 선명하다고 했다. 돌도 안된 아기 때, 자꾸만 보고 싶어 나를 내려다보다가 어깨에 담이 왔다는 말을 하며 아픈 목을 부여잡고도 하루 종일 나를 봤다고 했다. 요플레를 부여잡고 웃는 사진을 보며 치아가 썩을까 봐 안 주려고 해도 그렁그렁한 눈을 보면 어느새 숟가락을 들고 먹이고 있었다고 한다. 토스트에 딸기잼을 바르고 있는 사진을 보며 처음으로 만들어준 아침상이었다며 이날의 감동을 전해줬다.


사진마다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꺼내며 어느새 이렇게 징그럽게 커졌냐고 농담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 눈엔 이날의 작은 꼬맹이로 보여 매 순간 걱정을 하게 된다고 한다. 평생 엄마 품 안에 안전히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늘 떠나는 날이 되면 나도 마음이 허전하다. 엄마 품 안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작은 아이는 어느새 다 자라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었다.


엄만 온전한 내 세상을 만든 나를 보며 뿌듯한 마음과 엄마의 손에서 완전히 떠난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고 했다. 그럴 때면 더 엄마의 품을 파고들며 어리광을 부렸다. 여전히 엄마는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고 언제든 안아줄 엄마가 있기에 겁 없이 세상을 사는 것이라 말하곤 한다. 그 순간 엄마를 달래려고 한 말이 아닌 진심이다. 내 뒤에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나 세상 앞에서 당당했다.


성인이 된 20대 초반에는 엄마가 나를 못 미더워해 어린 아기 취급을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의존하지 않으려고 혼자서 무엇이든 해내려고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엄마가 곁에 있어주고 내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에 감사하다. 내가 더 나이가 들고 지금의 엄마 나이가 되어도 엄마 눈엔 여전히 아까운 내 새끼겠지만, 그날까지 건강히 지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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