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 Mar 26. 2019

나만의 일기장을 공유하는 기분

일상의 흔적 39

3월 23일, 얕봤다가 혼난 꽃샘바람.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일기를 쓴다.

기분 좋은 오후의 시작이었다. 쌀쌀한 바람을 피해 들어온 카페의 커피 향이 나른한 주말을 알리는 듯했다. 잔잔히 흐르는 폴 킴의 목소리와 고소한 원두, 따뜻한 오후의 햇살. 온전히 조용하게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잠시 각자의 시간을 즐기던 중 슬이는 브런치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처음엔 기록의 의미였다. 내 20대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오가던 찬란한 순간임을 기억하고 싶었다. 하루의 끝에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는 것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짧은 하루임에도 나조차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정의하고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끄러운 글쓰기지만 공개된 곳에 내 흔적을 남기기로 결심했다.


일상에서 얻은 글감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때로는 즐거운 일이기도, 너무 귀찮아 미루게 되는 일이기도 했다. 때로는 열린 공간에서 너무 개인적인 일상의 얘기를 쓴 것 같아 발행을 미룬 채 그저 서랍에 넣어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 끄적임에도 공감해주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내고 위로받으며 글을 쓰는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어떤 글을 쓸지 어떤 일에 대해 내 생각을 적을지 고민하다 보니 주위를 좀 더 세심하게 보게 됐다. 글을 쓰면서는 그날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니 나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이 쌓여갈수록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누구도 글쓴이가 '나'라는 것을 모르는 일기를 쓰는 기분이다. 필명 뒤에 숨어 익명이라는 점을 이용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내 마음을 적는다. 때로는 말로는 전하지 못하는 진심을 이곳에 적어 지인에게 보낸다. 이젠 내게 브런치는 솔직하게 내 온 마음을 털어놓는 비밀 아닌 비밀공간이 되었다.


오늘도 나만의 일기장에 글을 남긴다. 별거 아닌 하루의 기록이지만 먼 미래에 돌아봤을 때 작은 추억이 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자취생을 위한 오랜 친구의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