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 Mar 29. 2019

별거 아닌 일에도 즐거운 봄

일상의 흔적 40

3월 26일, 봄봄 포근한 봄. 흐드러진 꽃만 봐도 웃음이 난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옷도 점점 얇아지는 걸 보니 비로소 봄이 오는 것 같다. 출근하는 길가엔 어느새 벚꽃이 만개했다. 봄이 오면 늘 기분이 좋다. 예민한 피부에 붉은기가 올라와도, 꽃가루에 더 잦은 재채기를 해도 봄은 늘 설레는 무엇인가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그저 봄이라는 단어, 봄이 주는 포근한 날씨, 봄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계절이다.


지금까지 흘러갔던 무수한 봄 중, 유독 올해 봄이 반가운 이유는 퇴근 산책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활동량이 많던 기자와 달리 작가가 되어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있다 보니 몸이 무거워졌다. 이렇게 가다간 게을러질 거 같아 회사 막내를 꼬셔 집까지 걷기 시작했다. 떠밀리듯 반강제적으로 시작한 퇴근 산책이지만 좀 걷고 나면 몸이 가벼워진다며 스스로와 막내를 속이고 있다.


회사에서 집까진 정확히 도보 한 시간 거리! 중간에 지하상가가 이어져 있어 너무 춥거나 바람이 심할 때 잠시 숨 돌릴 틈이 있다. 게다가 가는 길에 작은 공원이 있어 계절감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왕 걷기로 한 김에 aia vitality 만보기 어플도 이용해 조금씩 보상도 받으니 이젠 걷는 것 자체가 즐겁다. 길게만 느껴지던 한 시간 도보도 이젠 집이 보일 때면 아쉬울 정도다.


혼자 걸어갔다면 다소 쓸쓸하겠지만 종종 막내와 걸어가니 바람이 불어 머리만 휘날려도 서로를 보며 깔깔 웃는다. 즐겁게 웃던 산책 속에서 계절의 흐름은 늘 빠르다. 두꺼운 패딩, 빠른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달리듯 걸었던 겨울과 달리 봄이 되니 모든 것에 느긋해진다. 느긋해지는 마음만큼 주변을 더 둘러보게 되고 별거 아닌 일에도 모든 것이 즐겁니다.


추워서 엄두도 못 냈던 아이스커피를 들고 걷는다. 공원에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늘어 가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든다. 공원 나무에 파릇한 생기가 돌고 꽃망울이 나올 준비를 한다. 가게마다 봄을 알리는 예쁜 옷들이 걸린다. 불어오는 바람이 더 이상 무섭지 않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사소한 모든 것이 즐겁게 느껴지는 봄. 29살의 첫 봄, 20대의 마지막 봄. 설레는 기분을 담아 괜히 봄에 의미를 담아본다.

작가의 이전글 나만의 일기장을 공유하는 기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