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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pr 03. 2019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일상의 흔적 41

4월 2일,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 그리고 몸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종종 만나는 지인이 있다. 서로가 필요에 의해 만나지만, 가볍고 흔한 이슈를 주제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쿨하게 헤어진다. 딱 그 정도의 지인이어서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어떤 의미로? 내 개인적인 꿈?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적 위치?"

"미래의 나를 상상해본다면? 모르겠어 그냥 그게 어떤 의미든."


지인은 요즘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고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40대 혹은 50대까지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침대에 누워 검은 창밖을 바라볼 때면 떠오르는 수백 가지 고민 때문에 늘 깊은 잠에 들 수 없다고 한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생각이 단순하고 고민 없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실제로도 그런 편이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고 어렴풋이 밝아오는 창밖을 보는 날들이 있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정의 내릴 수 없는 고민으로 하루를 지새우고 내일마저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걱정을 안고 살았었다.


지인은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를 궁금해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어떤'사람이 되어야 할지 미래가 막연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나 역시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TV에서 말하는 '너 답게 살아' '꼭 뭐가 되어야 하니 넌 유일해'도 멋진 말이지만 나에게 와 닿는 말은 아니었다. 아직도 난 '나다움'을 찾아 헤매고 있으니까.


'나답게 살자, 나로서 살아가자'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나조차 알 수 없는 나다움을 찾아 여전히 고민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방황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의 나로 오늘을 살고 어제의 나를 토닥이고 내일의 나를 응원한다.


완벽하게 계획된 삶이란 게 있을 리 없다. 지금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해도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도 결국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다. 작은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내 삶을 만든다. 오늘을 잘 살아가고 있다면 결국 내 삶 역시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결국 지인이 물어본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는 걸까,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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