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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Apr 19. 2019

늦은 퇴근 후 올려본 하늘은 외롭다

일상의 흔적 43

4월 18일, 멋 부린 재킷도 괜찮은 날씨. 요즘 퇴근이 늦다.

올해 들어 부쩍 야근이 늘었다. 작년에 비해 입찰이 늘어 자연스럽게 직원 모두가 두 개 이상의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야근과 야근의 연속이다. 저녁 있는 규칙적인 삶을 꿈꾸며 이직을 결심한 건데 이직 1년 만에 이렇게 다시 삶의 방향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오늘도 잔뜩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집으로 향한다.


늦은 시간에 타는 지하철은 한가하다. 어떤 칸을 타도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해 줄 자리가 있다. 터덜터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며 지하철에서 나오면 작은, 너무 작아서 소박한 공원이 나온다. 운 좋게 불이 켜진 시간에 도착할 때면 잠시나마 공원에 앉아 컴컴한 하늘을 올려다본다.


늦은 퇴근, 적막함이 감도는 공원에 앉아 올려다본 하늘은 어쩐지 외롭다. 드문드문 보이는 별과 어렴풋이 고개를 내민 달까지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다. 허전한 하늘이 외로운 건지 내 마음이 쓸쓸한 건지 알 수 없지만, 잠시 이 시간을 느껴본다. 운이 좋은 오늘에 감사하다.


일상 소음과 달리 적막한 공간이 주는 쓸쓸함이 때론 반갑다. 아직은 차가운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남들과 섞이고 싶지 않아 끼웠던 이어폰도 빼고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더 조용하고 온전한 내 공간도 있지만, 그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여유다.


곧 공원에 불이 꺼진다는 안내방송에 따라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정시퇴근을 방해하는 야근이 정말 싫지만 때론 이런 우연한 행운에 불만이 녹는다. 야근을 했기에 느낄 수 있는 적막함, 오늘은 이것으로 다시 힘을 낸다.


(생각해보면 딱히 퇴근 후에 하는 일은 없다. 부지런하게 다른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에서 공부를 하지도 않는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무엇인가도 없으면서 야근만 하면 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불만이다. 긍정적으로 살자고 마음먹어 놓고 마음에 변덕이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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