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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May 02. 2019

자책하지 않고 스스로를 안아주는 법

일상의 흔적 47

5월 2일, 화창한 봄 산뜻해지는 발걸음.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 방법

첫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어리니까, 아직 학생이라서라는 어설픈 변명이 더 이상 실수에 대한 방패로 남을 수 없는 시기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이 모인 회사에서 막내란 꽤나 고달픈 자리이기도 하다. 회사의 모든 잡일을 도맡고 때론 상사들의 심심풀이가 되어 이리저리 치이기도 하는 데다 이런저런 고충을 터놓을 곳 하나 없는 외로운 섬 같다.


지금 회사의 막둥이 역시 이리저리 치이고 눈치 보는 막내 생활을 1년 넘게 버티고 있다. 워낙 말이 없는 아이인 데가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막둥이라 걱정이 많았지만 꿋꿋하게 잘 해내고 있다. 하지만 버티던 힘이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막내는 퇴사에 대한 마음을 터놓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많이 나빠졌음을 얘기했다.


어떤 상황이든 막내의 선택을 지지한다. 생각이 많고 속으로 모든 것을 혼자 품는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는 뜻은 정말로 힘들다는 뜻이니까. 다만 내가 막내의 말 중에 안쓰러웠던 것은 자책하는 듯한 말이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똑똑한 막내이기에 본인에게 모든 탓을 돌리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이유에는 본인에 대한 자책감이 섞여있었다.


나 역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처음을 겪는다. 따뜻한 사수와 진상이지만 견딜만한 상사, 적당히 화기애애한 회사는 어딘가에 있겠지만, 보통의 현실은 조금 더 차갑다. 스스로 무능력한 사람이 된 것 같아 화장실에서 울어본 경험이 있다. 떠넘겨진 책임에 대해 이유 없이 혼나면서 분한 마음을 누르다 서러운 한숨을 토해본 적도 있다.


때론 뒤에서 나를 평가하는 수많은 날카로운 말이 내 마음을 다치게 해도 무기력하게 서 있던 적도 있다.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와 말을 많이 섞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평가하는 나를 진짜 나라고 여긴 적도 있었다. 조언이라고 뱉은 말이 나를 흔들고 위축되게 만드는 모든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던 날들도 있었다.


한순간에 모든 상처를 치유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상처 주는 말을 흘릴 수는 없었다. 점차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웠다. 회사와 나를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을 보내고 제대로 공유하는 무엇인가가 없는 곳에서 평가는 나를 진짜 '나'와 별개로 생각하기로 했다. 모든 사람과 친해지고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을 버렸다. 최선을 다해 내 할 일을 하는 것까지만.


스스로를 안아주는 시간을 만들었다.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와 달달한 커피, 조용하고 따뜻한 카페 한 구석에 앉아 마음을 토닥였다. 즐거웠던 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시간을 즐긴다. 때론 실수했던 일도 떠올리며 대처방법과 냉정한 반성도 한다. 여전히 기분이 저조할 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우쭈쭈를 받곤 한다.


'이건 틀렸어' '내가 보기엔' '너 잘되라고' '너 때문에'라는 말이 주는 상처를 알고 있다. 때론 씁쓸한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조언인지 그저 심심풀이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토닥토닥, 사회초년생 첫걸음이 힘겨운 모든 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잘하고 있으니 조금 더 자신을 안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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