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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Jun 12. 2019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상의 흔적 59

6월 9일, 분명 여름인데 쌀쌀한 바람. 생각이 나지 않는다.

요즘 들어 말을 하면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까먹곤 한다. 분명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가도 생각이 다른 데로 새어나가고 그렇게 새어나간 생각이 꼬리를 물고 나를 다른 곳에 데려다 놓는다. 그러다 대답할 타이밍에 입을 열고 말을 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게 된다.


"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딴생각하는 행동을 내가 하고 있다. 분명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싶었는데 왜일까, 집중하려고 하면 할수록 뿌옇게 흐려지는 기분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사실 그냥 말하고 싶은 의지가 없어졌다.


멍하니 있다가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그냥 서로를 향해 털레털레 헤헤 웃고 말았다.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담 쓰담해주던 친구는 나에게 요즘 지쳤냐고 물었다. 느끼지 못했지만 그런 것 같았다. 휩쓸리듯 몰아치는 일정을 쫒아가기 바빴고 제대로 스스로를 돌볼 수 없었다.


친구와 아무 말 없이 카페에 앉아 하늘을 마주 봤다. 각도가 꽤 기울어진 나무의자는 포근했고, 옆에 앉은 친구의 온기도 따뜻했고, 올려다보는 하늘은 흐림과 맑음의 변덕에 있었다. 어쩐지 오랜만에 올려다본 하늘이었다.


내가 느꼈던 말이 안 나오는 증상은 마치 무기력증 같다. 글쓰기에도 이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아 재밌어하던 브런치에도 한동안 손대지 못했다. 그리고 어쩐지 이런 내 마음을 브런치에 털어놓기도 민망하고 작게 느껴져 글 쓰는 것을 미뤘었다.


친구는 모든 것이 ‘빠르게’를 외치는 세상에서 지치지 않고 살아가려면 일상에 휴식을 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혼자만의 휴식이 좋다면 글쓰기를 좋아하니 마음껏 내 마음을 표현하고 적어내라고도 했다. 눈치 볼 것 없이 나만의 휴식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넓은 의자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빠르게 흘렀던 2주의 시간을 다시 감기 하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그리고 당일에 바로 할 수 있는 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떠올렸다. 오늘 꼭 나를 위해 맛있는 마카롱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쁠수록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친구와의 술자리에, 맛있는 음식에, 좋아하는 공연에, 혹은 작은 카페에 커피 한잔에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


스스로를 한번 돌아보자. 나는 나에게 얼만큼의 신경을 쓰고 있나,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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