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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송 Sep 06. 2019

아무리 기다려도 올 수 없는 너를

일상의 흔적 83

9월 4일, 오랜만에 맑음 또는 습함. 너도 이렇게 애타게 날 찾았을까.

토독토도도 타닥 헥헥. 등 뒤로 해맑은 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몸을 돌리니 오랜만에 놀러 온 콩이가 보였다. 여전히 앙증맞은 얼굴, 털을 짧게 밀어서 분홍 소시지 같은 몸을 하고 웃고 있는 걸 보며 귀여움에 몸부림쳤다. 몇 번 봤다고 잠시 아는 척을 하더니 아빠가 움직이자 쌩하니 뒤돌아 따라 나가 버렸다.


콩이는 무조건적인 아빠 바라기다. 아빠의 시선이 닿든 닿지 않든 콩이의 시선은 늘 아빠를 쫒는다. 아빠가 있을 땐 좋아하는 간식조차 콩이의 시선을 뺏을 수 없다. 바쁜 아빠가 콩이를 잠시 회사에 두고 나가야만 직원들의 자리로 슬그머니 다가가 머리를 기대거나 애교를 부린다. 그래서 콩이가 오면 늘 대표님이 바쁘길 바라게 된다.


이날도 결국 대표님은 업체 미팅 때문에 회사를 비워야 했다. 애처롭게 바라보기만 할 뿐 안돼라는 소리에 콩이는 칭얼거리지 않았다. 한동안 문만 바라보던 콩이를 간식으로 유인하고 자리로 데려와 품에 안았다. 냠냠 신나게 먹던 간식이 끝나자 다시 콩이는 문 앞으로 돌아가 하염없이 아빠가 오기를 기다렸다.


포기하고 다시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가 문 소리에 다시 달려가기를 반복하면서도 콩이는 귀를 쫑긋거리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쩌다 직원들이 대표님과 통화하면서 흘러나온 목소리를 듣고 뛰어내려 달려가기도 했다. 한참을 사무실을 돌다가 아빠가 없음을 인지하고 결국 돌아와서 다시 잠을 청하는 콩이를 보고 문득 우리 강아지가 생각났다.


가족이 모두 집을 비우고 나면 우리 강아지도 콩이처럼 애타게 문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발자국 소리와 두런거리는 말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거리며 문으로 달려갔을까, 우리의 냄새가 배인 물건을 찾아 이리저리 온 집을 돌아다녔을까, 그러다 포기하고 잠이 들면서도 끝내 몸은 문쪽을 향하게 누워있었을까.


항상 신나게 반겨주는 강아지의 모습만을 알지 나를, 우리 가족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어떨지는 차마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우리처럼 강아지만의 시간을 보내고 낮잠을 자고 숨겨둔 간식을 먹고 있을 줄 알았다. 하염없이 문을 바라보고 애타게 울어도 보고 적막한 공기에 결국 돌아서는 작은 아이의 실망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왜 늘 늦은 후회를 반복할까. 항상 지나간 것에 돌이킬 수 없는 것에 후회를 남기고 뒤늦은 반성을 한다. 포기한 듯 두리번거리다 콩이가 풀썩 누웠다. 작은 머리통을 살살 쓰다듬다 번쩍 고개를 든 콩이와 눈이 마주쳤다. 말간 눈, 헤- 벌어진 입, 우리 강아지가 생각나 울컥 눈물이 났다. 살며시 몸을 일으켜 코를 맞대는 콩이의 행동에 정말 회사에서 울 뻔했다.


난 언제쯤이면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내가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  우리 강아지가 날 기다려준만큼 나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 이후로 한번도 꿈에 나와주지 않는다. 내가 일상에 지쳐 너를 뒤로하지 않게 가끔은 꿈에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본다.


(콩이는 대표님이 돌아오자마자 뒤도 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눈도 반짝 코도 씰룩 입은 벌어져서 행복이란 두글자가 얼굴에 가득했다. 행복한 콩이를 보며 덩달아 나도 행복해졌다. 우리 강아지도 내가 옆에 있는 동안은 저렇게 행복했겠지. 무심한 뒷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건 아닌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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