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던 시간들
살면서 이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셀 수조차 없다.
청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나는 세상의 ‘기대’보다는 ‘한계’ 속에 놓였다.
너무 어렸기 때문에 처음엔 장애를 가졌으니 이런 대우를 받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참고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들이 나를 작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듣지 못한다.
하지만 느낀다.
사람들의 시선, 무심한 말투, ‘괜찮아, 어차피 못 듣잖아’라는 눈빛까지.
소리는 없지만, 그 차가운 분위기는 너무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학교에선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선생님들과 내 친구들도 나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것 같다.
‘이해받고 싶다’는 욕구보다,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싸우기로 했다.
‘세상과’가 아니라, ‘편견과’ 싸우기로.
보조기구를 처음 착용했을 때, 세상이 달라졌다.
너무 시끄러워서 울었고, 그 울음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말을 배우고, 단어를 익히고, 문장을 이해하면서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단지 ‘들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들으려 하는가’의 문제였다.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나는 수많은 문 앞에서 멈춰 섰다.
하지만 그 문들은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누군가의 편견이 만든 벽일 뿐이었다.
지금의 나는 말하고,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단단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안 들리지만, 당신의 말보다 더 깊은 마음을 들을 수 있다”라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혹시 누군가를 ‘장애’라는 단어 하나로 판단하려 했다면,
잠깐 멈춰 서서 다시 바라봐 주길 바란다.
편견은 쉽게 생기지만, 이해는 시간을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듣는 것’이 아니라 ‘들으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