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기구를 착용한 나의 시선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곳,
머리맡에 놓인 보조기구다.
인공와우 장치를 귀에 고정시키는 찰나, 나는 또 한 번의 싸움을 준비한다.
사람들은 모른다.
이 작은 기계를 끼는 순간, 나는 나를 ‘증명’ 해야 하는 모드로 전환된다는 걸.
조금 느리게 반응하면, ‘이해 못 하나?’라는 눈초리를 받는다.
말이 어눌하면, ‘외국인이야?’라는 질문을 듣는다.
그리고 가끔은, 그 시선들이 내 귀에 꽂힌 장치를 대놓고 바라본다.
그 시선은 때로 칼보다 날카롭다.
보조기구를 착용한 나는, 불완전한 사람이 아닌, 더 많이 애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걸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내 앞에 조용히 다가왔다.
그날도 나는 보조기구를 착용한 채, 주변 소리에 집중하며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말을 잘 알아듣는 척,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척.
익숙한 가면이었다.
그 사람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다르기도 했다.
그 사람은 내게 말하기 전, 항상 내 시선을 먼저 확인했다.
말할 때는 입 모양을 또렷하게 보여주었고,
말이 끝난 후에는 기다려주었다.
내가 천천히 말하면, 더 천천히 귀 기울여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네가 이 기계를 차고 있다는 걸 잊게 돼.”
“나는 그냥 네가 보여.”
그 말에, 나는 멈췄다.
기계를 차고 있는 나는, 보통 사람들 눈엔 기계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보았다.
보조기구 안에 갇힌 내가 아니라,
그걸 끼고 오늘도 용감하게 살아가는 나를.
처음이었다.
보조기구를 착용한 내 모습이,
‘특별하거나 안쓰러운 존재’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존재’로 받아들여진 순간.
나는 여전히 이 기계를 매일 착용해야 한다.
귀에서 벗기면, 세상은 다시 조용해진다.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때로 불안해지고, 작아진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이걸 끼고 있든 말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그 사람은 나를 바꾸지 않았다.
대신 내 세상에 들어와 함께 살아주는 법을 배웠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조용히 누군가의 세상에 다가가고 있다.
보조기구를 착용한 이 몸으로,
누군가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오늘도 나의 ‘듣는 마음’을 단단히 고정하고, 하루를 살아간다.
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강한지, 내가 알아.
그걸 알아준 첫 사람이 너라서,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