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읽는 자, 격파를 예견하리라
태권도 훈련을 받는 도장에 한국 사람은 우리 가족뿐이라는 얘기, 했었나? 우리 가족 말고는 모두 캐나다 현지인들이야.
울 관장님은 토종 캐네디언이신데, 한글을 열심히 연습하고 쓰시더라고. 우리 눈엔 마치 ‘한글 그리기’처럼 보이지만, 도장 벽에 써놓은 걸 보면 제법 반듯하고 예쁘게 잘 쓰셨어. 솜씨가 꽤 좋으셔.
나야 한글도 영어도 익숙하니 별 감흥이 없지만, 같이 훈련받는 친구들에겐 한글이 정말 생소해. 뭔 글자인지도 모르고, 대개는 무슨 뜻인지도 몰라.
벨트 테스트를 앞두고 있었던 어느 날, 관장님이 격파용 송판을 준비해 놓으신 걸 인스타에 올리셨거든. 그런데, 웬걸?
송판에 떡하니 한글로 기술 이름이 적혀 있는 거야. ‘옆차기’, ‘돌개차기’, ‘뒷차기’ 등등…
그런데 중요한 건, ‘돌개차기’라고 쓰인 송판이 3~4개나 있다는 거지.
눈치 빠른 나는 단번에 알아챘어.
아하, 이번엔 돌개차기로 격파를 하겠구나! 왜냐고? 울 딸내미랑 나, 그리고 같은 레벨의 친구들 상황을 보면, 정답은 돌개차기였거든. ㅋㅋㅋ
관장님은 우리가 그걸 알아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셨겠지. 아무도 한글을 모르니까.
친구에게 귀띔해 줬더니,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어. 그러더니 테스트 당일, 격파 도중 “토네이도 킥! “이라는 외침을 듣고 나서야 내 눈을 보며 찡긋 웃어줬지.
이럴 때 한글 잘하는 게 도장에서 빛을 발하네, 하하하.
돌개차기 격파 성공! 벨트 테스트 통과!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