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 입고 글 쓰는 캐나다 엄마

SK주 태권도협회 이사되다.

제목만 보면 꽤 그럴듯하게 들린다. 캐나다 사스캐처원주에서 태권도 협회 이사라니.


2024년 5월이었는지 6월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어느 날 남편이 태권도 협회에서 Board Member를 찾는다는 공고를 봤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나더러 한번 지원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부터 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나 아직 블랙벨트도 아닌데. 그냥 학생일 뿐이야.”


그런데 남편은 오히려 나만큼 적임자가 없다고 설득을 시작했다.


그의 이유는 이랬다.


•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사람


• 태권도를 배우는 자녀를 둔 학부모


• 태권도의 본고장, 한국 출신


• 태권도를 배우는 여성


• 무엇보다 태권도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니 꼭 못할 이유도 없었다.


그래도 걱정은 많았다.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자리에 내가 과연 어울릴까?’


고민 끝에 결국 후보로 추천 등록이 되었고 협회 연례 총회(Annual Meeting)에 참석하게 되었다. 다행히 경쟁 후보는 없었다. 그래도 찬반 투표가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찬성표가 나와 그렇게 나는 태권도 협회 이사가 되었다.



이후 매달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며 느낀 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이 고마웠다.


도장을 운영하시는 분들, 국제심판을 역임하신 분들, 무려 7단 고단자 선생님도 계셨다.


그분들의 수련 연륜과 태권도에 대한 깊은 사랑은 굳이 묻지 않아도 전해졌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정보도 얻게 되었다.


이사로서의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명확하다.


모든 태권도 수련생들에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



도장을 운영하는 일부 사람들만 아는 정보가 아니라, 태권도를 사랑하는 누구든지—학생, 학부모, 여성, 어린이—누구나 각종 토너먼트, 이벤트, 세미나 등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일.


기회를 열고, 길을 안내하고, 함께 성장하는 협회를 만들고 싶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스캐처원에서는 토너먼트에 가면 한국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더 많은 한인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길. 그리고 이 공동체 안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해 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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