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가족, 한국에 가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 날
해외에서 살다 보면 가장 힘든 순간은 단연 부모님이 그리울 때다.
나는 다섯 형제 중 막내. 언니 셋, 오빠 하나. 말 그대로 ‘독수리 5형제’다.
어릴 적 언니들이 많이 챙겨주고 예뻐해 줘서인지, 지금도 그 따뜻한 기억이 종종 그립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가면 그 자체로 온 가족이 모일 이유가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엔 언니들이 웃으며 물었다.
“너네 혹시 태권도 트레이닝하러 온 거야?”
⸻
한국에서의 첫 목적지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간 곳은 결혼 전 남편이 다녔던 태권도장.
예전 관장님은 계시지 않았지만, 사정을 설명하니 흔쾌히 방문 수업을 허락해 주셨다.
소정의 수업료를 내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한국에서 40대가 태권도를 수련하는 모습은 드물었다.
성인반의 대부분은 1020대, 사범님들도 2030대였다.
그 속에서 함께 스트레칭하고 발차기를 하니,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막내아들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놀이처럼 진행되는 수업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자꾸 우리 쪽만 쳐다봤다.
게다가 한국어도 잘 알아듣지 못했는데, 그러다 도장 한편의 ‘방방이’를 발견하더니
금세 아이들과 점프를 하며 어울리기 시작했다.
⸻
쇼핑 대신 태권도 장비
이번 한국 방문에서 나는 쇼핑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한국 가서 어떻게 쇼핑을 안 해?” 하며 놀라워했다.
대신 태권도복, 태권도 신발, 태권도 관련 책만 잔뜩 샀다.
인터넷으로 업체를 찾아 직접 매장에 갔는데, 놀랍게도 내 고향에 있는 곳이었다.
해외 배송도 많이 한다는 사장님의 말에 반가웠고,
새 도복과 예쁜 신발을 발견했을 때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다.
관장님 부탁으로 영문 번역된 태권도 서적 개정판도 구매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
겨울의 무주 태권도원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무주 태권도원이었다.
국기원과 고민하다가, 겨울의 덕유산 풍경을 보고 싶어 태권도원으로 향했다.
하얗게 눈 덮인 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우린 종종 자연을 의인화한다.
캐나다 록키산맥은 아빠 같고, 한국의 산들은 엄마 같다.
록키는 웅장하고 강인하다면, 한국의 산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태권도원엔 ‘명민관’이라는 한옥 숙소가 있다.
원래 귀빈 전용이었지만 지금은 일반인에게도 개방되고,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면 반값 이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숙소 옆 전시실은 밤이 되면 조명이 아름다워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
도복을 입고 즐기는 하루
작은 팁 하나. 도복을 입고 가면 공연 관람과 체험 프로그램이 할인된다.
첫날엔 몰라서 그냥 갔지만, 둘째 날엔 도복을 입고 방문했다.
격파 체험도 하고, 공연하던 분들과 사진도 찍었다.
아들은 박수를 치며 기쁨이 얼굴에 가득했다.
아직 태권도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된 아이가
태권도원에서 격파를 보고, 게임을 체험하고, 또래 친구들과 뛰어노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웠다.
⸻
특별한 식사와 만남
식사는 선수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에서 했다.
투명 가림막 사이로 식판을 받아먹는 모습이 마치 ‘태권도 독서실’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우르르 들어온 초등 엘리트 선수들!
“와, 여기서 훈련을 받는구나.” 순간 부럽기도 했다.
태권도원 내 박물관도 인상 깊었다.
태권도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아이들도 오래 머물며 구경하고, 배우고, 즐거워했다.
⸻
태권도 수업, 장비 쇼핑, 그리고 태권도원 체험까지…
이번 한국 방문은 ‘태권도 가족’이라는 이름에 정말 잘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혹시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거나,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