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이 막막하다면 이것부터 시작하세요
주재원 아내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어 수업 등록. 그것도 ESL 클래스다.
동네 근처에 무료든 유료든
ESL 수업이 있다면 꼭 신청해 보길 바란다.
무료 수업은 대기가 길 수 있는데,
그렇다면 유료 수업으로 먼저 시작해도 괜찮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유료 수업을 더 추천한다.
돈을 내고 다니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수업의 질도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과 먼저 친해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 안으로 바로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ESL 교실에는
한국인뿐 아니라 아시안, 남미 사람들,
나이도 배경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가 미국에 적응하려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
같은 고민을 나누고,
서툰 영어로 웃고, 실수하고, 다시 말해보며
조금씩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런 관계는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건강하다.
ESL 수업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관계는
바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들은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준다.
별거 아닌 맛집 이야기부터
동네 액티비티, 문화적인 질문까지...
자기들이 아는 선에서 정말 성심껏 알려준다.
물론 관계는 일방적으로 ‘배우는 입장’이지만,
그 출발점 자체가
미국 생활 적응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 시작하는 영어 공부는
아이들처럼 스펀지처럼 흡수되지는 않는다.
원어민들의 빠른 대화를
곧바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ESL 수업을 워밍업이라고 생각했다.
배려 있는 속도, 또박또박한 발음의 영어로
조금씩 귀를 열고, 입을 푸는 시간.
생각해 보면
우리 머릿속에는 이미 꽤 많은 영어가
잠재되어 있다.
그걸 꺼내는 데
ESL 수업만큼 좋은 시작은 없었다.
동네 사람들은 수시로 마주치며
언젠가는 천천히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
오히려 관계가 너무 빨리 가까워지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런 점에서
ESL 수업은 나의 바운더리를 넓히기에
가장 부담 없는 공간이었다.
동네 컬리지에서
젊은 기운도 많이 받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
숙제하느라 정신없어 우울한 날은 절반으로 줄었고,
그곳에서
한국인 친구도, 외국인 친구도 만들었다.
나중에 직장을 구할 때는
ESL 선생님께서
추천인이 되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말할 수 있다.
나의 보람찬 미국 생활의 시작점은
바로 컬리지 ESL이었다고.
도시락 싸고, 장 보고, 라이딩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없다.
하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남은 기간 동안
‘엄마’가 아닌 ‘나’로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