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자마자 그리워진, 알래스카 크루즈

빙하와 숲, 그리고 바다 사이에서

by 쏭맘

크루즈 여행은 배를 타고 이동하며 기항지에 잠시 내려 반나절 혹은 한나절을 보내고,

배가 다음 기항지로 갈 동안 배에서 생활하며 잠을 자는 여행이다.

선내 대부분의 음식과 활동은 무료이며(올인클루시브 호텔과 비슷하다),
일부 액티비티와 레스토랑만 유료다. 미리 예약을 해야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갈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시애틀에서 출발하는 'Royal Caribbean'

'Ovation of the Seas'를 타고
7박 8일 동안 알래스카를 여행했다.


첫 크루즈 여행이라 기대도 걱정도 컸다.


부푼 마음으로 향한 시애틀, 비행기가 거의 착륙할 즈음
창밖으로 비행기에 닿을 것 같은 설산이 보였다.
급하게 검색해 본 그 산의 이름은 Mount Rainier.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산이지만, 우리는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산에 꽂힌 나는 남편에게 말을 했고

남편은 크루즈에서 여행하는 동안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미루느라 항공사와 전화+메일을 엄청 많이 한 걸로 안다.

가끔은 즉흥적인 나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묵묵히 애써주는 남편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 덕분에 우리는 너무 아름다운 곳을 갈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본 레이니어산과 레이니어산의 Reflection Lake




항구에 도착해 처음 크루즈를 본 순간,
생각보다 훨씬 큰 크기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 타이타닉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터라
괜히 구명보트부터 눈으로 세어보며 승선했다.

레스토랑과 샵은 셀 수가 없었고 수영장도 몇 개나 되고 게임장, 공연장, 헬스장, 범퍼카장, 움직이는 전망대 등 정말 떠나디는 작은 도시 같았다.





‘크루징 데이’ 기항지 없이 이동만 하는 날이다.
하루 종일 배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날엔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을 맡아 돌봐주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우리 집 아이는 혼자 가는 건 절대 싫다며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했다.


사실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었는데 수영을 주로 하고 남은 시간은 방에서 쉬다 보니
‘다음 크루즈를 탄다면 꼭 이렇게 큰 배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발코니 룸 선택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발코니로 나가 바람을 쐴 수 있어 집돌이인 우리 가족에게는 그 공간이 꽤 중요했다.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은 아침형 인간인데 시차까지 안 맞아서

5시에 디너를 먹고 7시 조금 넘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는데 그 시간에는 별로 할 것이 없었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크루즈를 누릴 수 있긴 하다. (대부분 닫혀있음)


우리 가족은 제대로 못 즐겼지만,

크루즈는 저녁이 아주 화려해 밤늦게 까지 다양한 파티와 공연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매일 먹는 코스디너도 맛있었고 (약간의 팁을 위한 현금이 필요함)

조식스낵들도 무료로만 먹었는데도 맛있었고 종류가 다양했다.


Ovation of the Seas





다음 날, 가장 기다리던 기항지 Juneau.


크루즈 공식 프로그램을 놓쳐
검색으로 따로 예약한 일정은
씨플레인을 타고 빙하를 보고 롯지에서 장작불에 구운 연어를 먹는 패키지였다.


놀이기구를 잘 못 타는 우리 가족은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정말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도 멀미는 하지 않았다.

같이 탄 다른 외국인 가족이
“헬리콥터보단 훨씬 낫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우리는 앞으로 헬리콥터는 절대 타지 말자고 합의했다.


파란 하늘, 초록빛 잔디, 하얀 빙하.

세 가지 색이 어우러진 곳을 걷자, 메슥거리던 속도 차츰 괜찮아졌다.

그날 먹은 연어구이는 집에서 아무리 따라 해 봐도 절대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너무 맛있었던 그 연어를 잊을 수가 없다.






다음 기항지는 Skagway.
White Pass and Yukon Route 기차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갔다.

절벽을 따라 굽이굽이 오르는 기차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TV에서만 보던 장면 같아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길은
1897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 당시 유콘으로 금을 찾아 떠났던 사람들이 넘던 산악길이었다.
완만해 보인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선택했지만
진흙과 폭우, 눈보라 속에서 수천 마리의 말이 죽어
‘Dead Horse Trail’이라 불리던 길.


그 역사를 알고 나니 마냥 아름답다고만 느낀 내 마음이 조금 미안해졌다.





Sitka는 유명하지도 않고 딱히 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모두 약간 지친 여행 5일 차라
아이의 국립공원 배지나 받고 오자며 나섰다.

아이의 주니어 레인저 프로그램 때문에 'Sitka National Historical Park'를 찾았을 때,
남편이 갑자기 우리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그곳엔 산란을 위해 상류로 모여든 연어 떼가 눈앞에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장면을 야생에서 직접 보던 그 순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연어가 아니라 숲을 향해 망원경을 보고 있었다.
뭐가 있는지 물어보니 ‘Raptor’가 있다고 했다.
우리는 또다시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새를 보고 환호했다.


배로 돌아오는 길,
바다 위로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연어들까지 보며

그 순간 처음으로
‘아, 이래서 여행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크루즈 위의 파티와 음식도 좋았지만

자연의 대순환의 한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더 큰 감동이었다.






그리고

잠깐 들른 캐나다 빅토리아는 날씨가 너무 완벽했고,

다음에 캐나다 여행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캐나다 빅토리아



기항지인 시애틀에서의 짧은 여행도 즐거웠고,

앞서서 말한 레이니어 산을 다음날에 보고 텍사스 집으로 돌아갔다.

시애틀





끝없는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 기분이 정말 이상하다. 이렇게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 나는 정말 아주 작은 존재 같기도 하고 약간의 어지러움도 느껴진다. 우리는 인터넷을 신청하지 않아서 아날로그 그 자체로 배에서 보냈는데 가끔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2년 후 바하마 크루즈 여행도 다녀왔는데,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알래스카 크루즈를 추천하고

휴양을 원한다면 바하마 크루즈를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알래스카 크루즈가 더 좋았다.


그리고 크루즈 여행은 나이 드신 부모님과 어린아이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여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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