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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뇨 Oct 26. 2022

팬케익에 베이컨 두 줄

브런치가 너무 그리워서

 일요일이 왔으면 좋겠다.” 베네수엘라에  당시 2 터울 동생과 나는 매일 일요일만 기다렸다. 크리스마스  산타할아버지만 기다리는 아이처럼 일요일 가장 설레었다. 일요일은 가장 행복한 날이자 가장 맛있는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일요일마다 Miga’s라는 브런치 레스토랑을 갔다. 카라카스 센트로 플라자 옆에 있는 작은 브런치 레스토랑, 그곳에서 항상 팬케익 3개와 베이컨  , 그리고 걸쭉한 밀크쉐이크를 주문했다.


Miga’s의 대표 메뉴는 American Breakfast 였는데 팬케익, 베이컨, 계란 프라이가 나오는 식사였다. 계란 프라이는 항상 sunny side up으로 나왔는데 싱싱한 계란을 사용해서 그런지 흰자에 기포도 없었고 노른자에는 윤기가 흘렀다. 바싹 구워서 나오는 한국의 베이컨과 달리 Miga’s의 베이컨은 육즙이 가득했다. 팬케익은 부드러운 카스테라 같았으며 이 훌륭한 브런치의 마침표는 꿀이었다. 도대체 무슨 꿀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장을 한 움큼 보태 그날 아침 벌들이 갓 만든 꿀을 가져온 것 같이 신선한 달콤함이 가득했다.

출처: migascafe_ve

Miga’s에서의 브런치는 식사 이상이 의미였다. 엄마, 아빠, 누나, 동생, 루이(강아지)까지 온 가족이 다 모여 여유롭게 아침 겸 점심을 먹으며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소식과 음식을 음미했다.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생각이 많이 났던 것도 Miga’s에서의 브런치였다. 돈도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 점심을 부실하게 먹다 보니 그 당시가 그리웠다.



한국에서 찾는 Miga’s

어느새 직장인이 된 동생과 난 일요일마다 Miga’s에서 먹었던 브런치 이야기를 했다. 뭐가 그렇게 스토리가 많은지 팬케익이 4개 나왔던 이야기, 옆 테이블 강아지와 우리 강아지가 다툰 이야기, 계란 노른자가 세 개였던 이야기 등 사소하지만 그때를 생각할만한 추억거리를 곱씹었다.


작년 가을쯤이었다. 매주마다 일요일의 따스한 브런치 이야기를 할 수 없어 그때의 그 맛을 찾으러 나섰다. 강남 쪽 어떤 집이 브런치가 유명하더라, 홍대 쪽 팬케익이 맛있는 곳이 있더라 등 카더라와 인터넷 리서치만 믿고 여러 브런치 가게를 다녔고 우린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너무 잦은 실패 때문이었을까 우리 한동안 브런치 이야기도 하지 않고 순댓국으로 배를 채웠다.


물론 요리도 해봤다. 달걀 4개, 버터 2 큰술, 미국산 소시지 3줄 등 아메리칸 브런치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구입해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요리조리 만들어 보았지만 대실패였다. 뭐.. 기대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해가 끝나는 줄 알았지만 비와 눈이 반쯤 섞인 겨울날 압구정에 있는 브런치 집을 도전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날따라 줄이 엄청 길었다. 대기실도 만석이었을뿐더러 우리 앞에 15팀이나 있었다. 그래도 이때까지 한 수많은 노력과 실패가 있어서 그런지 동생과 나는 눈비를 맞으며 밖에서 기다렸다. 너무 떨어 머리까지 아팠지만 마음만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우리 입장 차례였다. 동생과 나는 가격도 잊은 채 햄&에그 세트, 밀크쉐이크, 바나나 팬케익, 오믈렛 등 수많은 음식을 시켰다. 점원들이 살짝 놀란 것 같았지만 아량곳 하지 않고 미친 듯 먹기 시작했다. 모든 접시를 비워서야 둘 다 만족을 했고 Miga’s의 한을 풀 수 있었다.

출처: Timeout


맛에 담긴 추억

외국에는 ‘our so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연인끼리 특별한 노래를 지정하고 노래로 자신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사랑과 관계를 함축하고 있는 노래 같은 느낌이다. 그런 것처럼 맛에서도 추억을 느낄 수 있다. 동생과 내가 찾아다녔던 브런치의 맛은 순수한 맛보다는 그때의 추억을 찾아 헤맨 것이다. 압구정 식당의 아늑한 분위기, 유사한 플레이팅, 비슷한 팬케익의 맛이 우리를 베네수엘라의 일요일 아침으로 데리고 간 것이 아닐까? 결국 브런치의 그리움은 맛에 담긴 추억이 그립기에 찾아 헤맨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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