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원짜리 뉴욕 스냅 대참사

by 쏭스

누구나 한 번쯤은 해외에서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진을 찍히고 싶어 한다. 이는 SNS 시대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래서 해외여행 스냅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파리나 런던 같은 대도시에선 이미 관광 상품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스레드에 올라온 ‘50만 원짜리 뉴욕 스냅’은 그 기대를 산산이 깨뜨렸다. 한 여성이 “혼자 간 여행이었는데 아직도 볼 때마다 열받는다”며 “사진이 잔뜩 흔들렸다”라고 사진을 공유했다.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실제로 사진은 흔들렸다. 왕가위 스타일이라 우길 수도 있겠지만, 그 흔들림엔 리듬도 정서도 없었다. 감성이라 부르기엔 배경 정리도 안 됐고, 구도마저 흐트러져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촬영을 담당했던 업체는 “고객분께 만족을 시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문제는 해당 여성에게 환불해 주고 끝냈어야 할 일을, “문제없는 정상 컷”이라며 추가 사진들을 공개한 것이다. 나는 사진들을 보고 오히려 더 큰 실망을 느꼈다. 문제는 흔들림이 아니었다. 사진의 기본이 결여돼 있었다.


사진을 보면 뭐가 잘못됐는지 어렵지 않게 보인다. 전형적인 24-70mm 줌렌즈로 찍은, 애매한 거리감과 불분명한 피사체 강조. 위에서 아래로 찍은 구도로 짧아진 다리, 반복되는 정중앙 구도. 나도 초년병 시절 겼었던 실수들. 결과적으로 평면적인 이미지만 남았다.


장소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다. 옐로캡 같은 뉴욕을 상징하는 요소들은 프레임 밖으로 무심하게 흘러갔고, 뉴욕 공립도서관의 고전주의 양식도 잘 표현되지 않았다. 인물 머리 뒤에 뿔난 기둥으로 남았을 뿐이다. ​


이번 뉴욕 스냅사진들을 보고 작년에 가족과 함께 괌으로 여행 갔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패키지 투어 도중, 가이드가 내 스마트폰을 가져가더니 카메라 기능을 켰다. 그는 “여기 서 보세요”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포즈를 잡아주고, 각도도 바꿔가며 여러 컷을 찍었다. 그런데 어라? 내가 DSLR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나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그는 그 장소를 잘 알고 있었고, 빛이 어디서 드는지, 사람이 어떻게 서야 자연스럽게 나오는지를 알고 있었다. 경험에서 우러난 디렉션이었다.


나는 감동했고, 동시에 깨달았다. 스냅사진의 핵심은 결국 ‘그 순간, 그 사람만의 장면’을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완성하는 건 거창한 무대나 장비가 아니라, 작고 섬세한 디테일이었다.


그런데 이번 뉴욕 스냅에는 그런 요소가 부족했다. 사진 속 여성은 무표정하게 걷거나,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사진가와 피사체와의 교감은 없었다. 차라리 친구에게 스마트폰을 주면서 “저기서 걷는 모습 한 번 찍어줘”라고 부탁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기억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 찍은 50만 원짜리 사진이 형편없게 나왔다면, 그 허망함은 여행 중 지갑을 잃는 것보다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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