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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전부였던 꽃다발

by HeySu

너는 갑작스레 나를 찾아왔다.


가깝지 않은 거리에 사는 네가,

내가 사는 이곳에 너무도 낯선 네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큰 손안에 풍성한 꽃다발을 안고서 너는,

꾸미지도 못하고 뛰쳐나온 날 보며 동그랗게 웃었다.

네가 내 앞에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아 심장이 뛰었다.


너는 수중의 돈을 다 털어 꽃다발을 샀다고 말했다.

차비마저 여유로이 남기지 못한 너는,

큰 언덕 가장 위에 위치한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먼 거리를 돌아 등산 하듯 걸어 올라왔다.

너의 이마에 구슬처럼 맺힌 땀방울이 고마워,

나도 너의 얼굴을 보고 벌개진 채 수줍은 웃음을 웃었더랬다.


갑자기 보고싶어 그냥 왔다는 너는, 바로 돌아가야한다 했다.


나는 너와 마을버스를 탔다.

맨 뒤 높은 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전철역에 당도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내내 너는 내 손을 잡았다.

네게서 나는 향기가 아찔해,가슴이 떨렸다.


키카 커서 올려다봐야했던 너, 내 얼굴이 다 가려지도록 손이 컸던 너.

그런 네가 만개한 꽃송이들을 품고 섰던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름다운 흔적으로 남았다.

머물렀던 '우리'의 자리가 또 다른 세계처럼 때때로 무한히 반복되고는 했다.



우리는 서로 고백하지 못했다.

너와 나는 한 계절을,

그렇게 '정적'으로 사랑했다.

미처 열에 들뜨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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