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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서로를 마주했을 때

by HeySu



그는 진심으로 슬펐다.
그녀가 느꼈을 그 고통 그 폭력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 그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은
바로 그녀를 끌어안아 주는 것이었다.
정성을 다해서.


_ <본질에 대하여>






우리는 스무살에 만났다.

봄날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우리는 여전히 순진무구한 아이 같으면서도 막 어른을 살기 시작한 나이였다.

너와 나는 한 선배의 소개팅 주선으로 만났다. 둘 다 그 선배의 아끼는 후배라서 우린 만났다.

너는 곰돌이가 그려진 맨투맨 티셔츠를 입었다. 곱게 자란 티가 역력한 네 얼굴이 고왔다.

미소 머금은 너의 얼굴빛이 따사로왔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에 너는 눈이 부셨다.


우리는 한 달여간을 만났다.

우리가 자주 주저앉곤 했던 교정의 잔디처럼 뭣 모르는 풋풋한 사랑이었다.


어느 날 늦은 저녁의 만남에서 너는 내 손목을 보았다.

얼핏 보이는 상처에 너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는 나의 이야기를 들었고,

고운 너의 얼굴을 무너뜨리고 울었다.

"힘들었겠다"는 너의 말에 나의 얼굴도 금방 우는 상이 되었다.


너는 그때, 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었다.

그저 말없이 나를 끌어안아 주는 일,

너의 심장을 느끼게 하고 내 심장에 따스함을 옮겨주는 일.

정성을 다한 너의 포옹이었다.


그 날의 밤,

나는 이전만큼 외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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