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Su May 04. 2023

쇼핑홀릭

중독


나는 유난히 원피스 착장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피스만 수십벌이 된다.

 넘치는 소유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느낌으로 마음을 훔치는 다채로운 그 원피스들이

안 그래도 미어터지는 옷장에 본인 들어갈 자리 생각조차 않고 거침없이 '새로 입장' 하는 것을 보면,

나의 원피스 사랑은 어지간한 모양임에 틀림없다.



남편의 이직과 사업 시작으로 쪼들리는 월급쟁이에서 그래도 조금 더 여유로운? 월급 부인이 되면서

나의 소비 수준이나 삶의 질도 조금은 달라졌다.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 비할 바 되지 못하는 소소한 수준의 변화임에도 나에게는

이 변화가 많이 고맙고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비단 무엇인가를 구매함에 있어 수차례의 고민과 주저함으로 마음이 쭈글어지는 경험이 예전보다 덜하다는 정도, 내가 고르는 브랜드가 그저 보세샵의 저렴한 물건들에 국한되었던 과거와 달리 백화점 어느정도의 브랜드 매장을 주저함 없이 구경 하러 들어갈 수 있는 마음으로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거침없이 하이브랜드 매장을 들어가 망설임없는 결제를 부르는 정도의 수준의 향상은 절대 아니니 나 스스로도 오해하지 말지어다!



가진것이 넉넉치 않아도 마음만은 넉넉한 여유가 넘치는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안 그래도 참 바닥인 나의 자존감을 많이 할퀴어 대곤 했더랬다.

그러고 싶지 않았아도 스스로가 위축 되고 못나 보이고 때로는 속상할만큼 심적으로 가라앉기도 했던 시절,

몇년이 지나지 않은 그때이지만서도 , 나는 그때와 비견할 바 안되게 너무나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면서

무너져내려가던 나의 자존감을 회복해가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나왔던 대사, 부자들은 착하다는 말......

대사에 남편과 나는 무척이나 공감을 했었다.

살면 살수록 , 현실에 부딪칠수록 정말 맞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모두가 그러한 것은 당연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인 쪼달림으로 자신까지도 쥐어짜며 산다.

남을 둘러볼 여유가 그닥 없이 내 상황이 먼저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이니까.


넉넉한 사람들은 꾸밈이 사치스럽다거나 굳이 소위 ' 플렉스' 를 하지 않아도 마음에 여유가 넘친다.  그 자연스러운 여유가 부러웠다.

남을 배려하는 에티켓도 절로 나온다.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돌아볼 '공간' 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예의가 부러웠다.


나는 아직 갈길이 너무나 멀고, 아직도 열심히 살아가는 그냥 그런 소시민이지만

나는 내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해 눈 돌릴 겨를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었음 좋겠다.

내가 고르는 상품의 브랜드 가격대가 조금은 향상되고, 내가 매장 에 들어가 사던 사지 않던

마음이 편안해 진 마법을 겪은 것처럼,

남을 돌아보는 나의 마음도 격이 향상되었으면 좋겠다.

좀더 너그러운 편안한 상태의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고, 나의 시선과 집중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가 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계속 커 나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이의 삶이 더 행복해 보인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