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받았던 종합검진 결과에서 폐에 이상소견이 나왔다.
태어나서 흡연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요리바보인 나는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는 역할에도 무지 서투르기에 요리를 거창하게 자주 하지도 않는다.
여타할 가족력도 없는지라 결과상담을 해준 건강검진센터의 의사는, 대학병원 검진 의뢰서를 써주었다.
다행인 것은 딱 보기에 결론이 나는 큰 이상은 아닐거라 하는 것.
인생의 중반기를 넘어서니 이런저런 작은 병변들이 자꾸 나타난다. 계속 지켜보고 달래가며 데리고 살아야 할 ,요즘은 병이라 명명하기도 뭣할 흔한 증상들도 늘어간다.
의지와 무관하게 하나 둘 고개 내미는 소식들에 마음이 매끄럽지 못하다. 그나마 습득하게 된 건 지레 겁부터 집어먹지 말자는 것.
최상급 대학종합병원이다보니 병원 내 환자들이 넘쳐난다.대기실은 나같이 좀 젊은?축의 사람들은 의자에 앉기도 눈치보일 정도. 물론 이미 꽉 들어차 서서 대기중이지만...
어디가 아파서들 오셨을까.
몸 끝 저 위는 희끗희끗하고 깡마른 어르신들이 엄청 많다.
긴 노년을 아픈 것 참아가며 병원을 단골손님처럼 오가는 분들의 서사가 궁금해진다. 그 무게감이 내게도 얹히는 것 같아 숨이 차 오기 시작한다.
그만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진찰실 안에 들어가 있는 분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진료가 길어진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저 앞서 들어간 분들의 안녕을 조심스레 기도해 본다.
내 순서는 다음다음이다.
진료대기 화면에 뜬 내 이름이 낯설었음 좋겠다. 이곳에 어울리지 않았음 좋겠다.
오분,오분을 더해 갈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수 분 내에 후딱 나오게 되기를.
이 무거움 뚜욱 떼내어 두고 총총 걸음으로 휘리릭 나올 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