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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Su Apr 14. 2023

이왕이면 예쁜 게 좋아


 나는 나를 단장하는 일이 좋다.

비싸고 좋은 것들로 '치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매일 아침 일어나 몇 가지 안 되는 화장품과 옷가지들로 치르는 의식이다.

굳이 약속이 있지 않더라도, 눈을 뜨면 세수하는 게 당연하듯 일어나면 당연히 하는 일일 뿐이다.


 맨 얼굴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늘 준비된 내가 좋기에 하는 일이다.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약속이 생긴다면  바로 튀어 나갈 수도 있고, 내 마음이 순간 동하면 어디든 지체 없이 집을 나설 수 있으니 좋다.

 이렇게 단장해 두고 있으면, 집에서도 침대로 직행해 스마트폰과 한 몸으로 뒤엉켜 낭비하는 시간도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천성적으로 돌아다니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니  동네라도 휘젓고 다녀야 ' 하루를 잘 보냈다' 하는 안도감이 드는 나다.


 그리고 이왕이면 안 그래도 축축 처져 가는 피부 노화진행의 흔적들이 조금이라도 가려졌음 하는 마음도 있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가 조금이라도 이뻐 보인다면 나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나 하는 자족의 의미도.


 오늘은 다행히 일정 몇 가지가 있다.

약속 시간 훨씬 이전에 나와 카페에서 글 쓰는 시간을 가진다. 읽고 있던 책도 마무리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얼른 갖고 싶어 평소보다 서둘렀다.

신경 쓴 듯 안 쓴 듯, 예쁜 옷도 골라 입었다.

몇 개 없는 반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손가락 두 개에 나란히 끼워주고, 시계도 탁  소리 내어 힘차게 차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귀여운 귀걸이도 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방방 뜬 느낌이 든다.

하루 종일 발걸음이 동동동 가벼웠으면 좋겠다.

다른 날보다 누군가와 더 좋은 말을 많이  나누고, 비록  작은 눈이지만 서글서글한 눈인사도 한번 더 건네고, 웃음 가득 애교도 종종 부릴 일이 평소보다 많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결혼 후 처음으로 내 집, 내 아파트를 계약하는 날이다.

예의를 다 해야겠다. 나의 새로운 시작에.


첫인사로, 이왕이면 예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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