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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봄방학

이렇게 2월이 간다.

by 쏘니 Feb 27. 2025

유치원 방과후 과정도 모두 끝나고 초등학교 가기 전 봄방학 일주일 정도가 남았다. 연휴와 이것 저것 합치면 열흘 가까이 되는 시간이다. 봄방학 때는 조금 따뜻한 나라로 놀러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여기 저기 항공권과 숙박장소를 찾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생활비 이슈로 최대한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학기간이 되고 있다. 생각과 다르지만 나름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신랑은 아직도 이직을 준비 중이다. 10월 이후로 집에 소득은 없다. 그동안 모아 둔 곳간이 거의 다 비었고 지금도 아파트 대출이 남아있는데 추가적으로 대출을 하기는 어려워 적금을 깨고 예금을 깼다. 보험에도 손을 댔다. 연금으로 돌리려고 20대에 들어 30대에 끝난 연금보험도 깼고 숨만 쉬어도 나가야 하는 비용들과 먹고 살아야 하는 돈들이 있으니 이것 저것 되는 대로 다달이 생활비로 쓰고 있다.

어린이는 자꾸 기차타고 싶다, 비행기 타고 싶다를 얘기한다. 맞벌이를 하며 짬을 내서 모아 뒀던 비용으로 여기 저기 다녀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나도 무급휴직이고 신랑도 무급이니 그럴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뮤지컬이고 연극이고 행사 알림은 왜이렇게도 해 두었는지 핸드폰 연락만 무성하다.

그래도 봄방학 기간 동안 도서관도 가고, 동네 엄마들과 함께 하는 책모임도 함께 가고, 아빠가 쉬고 있으니 아빠와 꼭 같이 가야 하는 수영장도-남자 아이라 혼자 가기 어려운 커뮤니티 내 수영장- 함께 가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용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 저기 검색을 하다 보니 서울역 근처에 박물관과 전시가 있어 오늘은 서울역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 내려 조금 걸은 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둘러 보았다. 박물관은 엄청 으리으리했고 볼거리도 많이 있었는데 8살 어린이에게는 놀이감도 없고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빨리 집에 가고싶어를 연발해서 서울역 근처의 공예품 전시를 보러 갔다. 여기도 잠깐 둘러 보고 흥미를 잃어서 도넛을 먹이려고 했는데 서울역 던킨이 없어진 듯 했다. 아이스크림으로 아이를 달래니 오늘 일정이 빵점에서 만점이 되었다.

오후엔 태권도에 갔다가 자전거 연습을 했다. 2월에 보조바퀴를 떼고 두 번째 연습인데 아직은 혼자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는 두 발 자전거를 어떻게 타게 되었나 기억도 안나는데 아이를 보니 엄마 아빠가 연습시켜줬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연습을 하고는 새학기를 맞아 머리카락 정리를 했고, 집에 와서는 목욕을 하니 하루가 또 금방 갔다,

내일은 또 수영장을 가기로 했다. 오후에 태권도에 갔다가 동네 산책을 하면 하루가 또 금방 갈 거다. 치과치료도 예약해 뒀다. 어린이에게 충치가 생긴 것 같은데 부디 짧은 치료로 끝나길 바라며.

2월에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아이가 초등학교 가기 전에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생활고 아닌 생활고로 포기한 것도 많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줬다. 난 대출금을 최대한 빨리 갚고자 현금을 최소한만 갖고 있었는데 이런 나의 기조가 잘못된 것인가 싶기도 하고, 초등학교 저학년 동안은 최대한 아이와 함께 있고 싶어 일을 그만둘까도 싶었는데 이런 일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니 회사를 그만두는 건 어리석을 수 있다. 이런 일이 또 있으면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당장 복직 하게 되면 돌봄도 안되었는데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있지만 일단 이건 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여러모로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여하간 시간은 잘 가고 정말 다음 주면 학부모가 된다. 입학식 때 쓸 작은 꽃다발을 만들면서 초등학교 입학을 다시금 실감한다. 늘봄 신청도 해 뒀고 아이에게 등하교에 대해 설명도 해줬지만 사회적 이슈로 당분간은 내가 아이와 함께 해줘야 하나 싶기도 하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은 2월이 이렇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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