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이 되었다,
드디어 어린이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다. 입학식은 10시부터라 10분 전까지 강당으로 오라고 했었다. 손주의 입학식을 보고 싶어 엄마 아버지도 함께 오셔서 한 밤 같이 자고 다 같이 길을 나섰다. 초등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지만 10여 분을 걸어가야 한다. 느긋하게 걸어가면 20분 정도 걸려서 9시 20분쯤 집에서 출발을 했다. 아침부터 눈이 날렸는데 바람도 꽤 많이 불어 쌀쌀했다. 우산을 든 손이 금방 차가워졌다. 하지만 두근두근 가슴이 뛰어 추운 줄 모르고 학교에 도착했다.
강당에서 아이들은 앞에 의자에 앉아 짧은 입학식을 맞았다. 어른들은 뒤에서 서서 하께했다. 20여 분의 입학식을 마치고 아이들은 교실로 가서 선생님들과 친해지기 시간을 가졌고, 강당에 남은 부모들은 학교폭력 관련 교육, 학교에서의 지켜야 할 점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입학식은 11시 20분쯤 끝난다고 했는데 늦게 온 아이들도 있어서 조금 딜레이 되었다. 학교를 둘러보기까지 하면 시간이 더 걸릴 거 같아 신랑이 아예 차를 가져오기로 했다. 교육은 30분 넘게 이어졌고, 끝나기 전에 마침 상가 주차자리가 있어 신랑도 강당으로 돌아왔다.
교육이 끝나고 난 뒤에는 반으로 이동해서 아이들의 자리를 확인하고 담임선생님과의 짧은 만남 시간을 가졌다. 담임선생님은 작년에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분이라고 한다. 경력이 좀 있어 보이셨고 안내장 내용을 꼼꼼하게 알려주셨다. 어린이의 반에는 내야 할 서류를 안 가져온 친구들도 없었고 분위기는 좋아 보였다. 선생님은 아이가 첫째인지 둘째인지를 물었는데 압도적으로 첫째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가정 내 마지막 아이들이 될 확률 또한 높을 것이다. 나도 일단은 둘째 생각이 있긴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들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학교 여기 저기를 잠깐 둘러보니 11시 40분이 훌쩍 넘었다. 강당으로 가서 사진도 가볍게 찍고 하니 식당으로 이동하기 딱 좋은 시간이 되었다. 마침 현대카드 포인트가 많이 있어 빕스를 가기로 하여 샐러드바를 야무지게 이용해 주었다. 어린이도 직접 떠서 먹는 뷔페 시스템을 좋아하고, 또 간식류도 많이 있는 곳이다 보니 신이 나서 이것 저것 많이 먹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얘기도 하고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점심을 먹고 나서까지 하루 종일 흥분 상태인 어린이를 보니 나까지 괜히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와서 어린이는 태권도에 보내고 엄마 아버지와 탁구도 좀 치고 포켓볼도 치다가 태권도 하원시간에 맞춰 아이를 픽업해서 집에 와 간단히 인사를나누고 헤어졌다. 그리고는 준비물을 보면서 챙겼는데 요새는 학교에서 선물로 거의 다 줘서 준비할 게 많이 없었다. 색연필, 사인펜, 네임펜, 줄넘기 등 거의 선물로 받았고 집에서는 필통, 연필, 가위, 풀 등을 준비하면 되어서 이것 저것 사둔 것들로 가방을 채웠다. 그런데 2B연필이 필요하다고 하여 급하게 쿠팡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집에는 어쩜 B와 HB밖에 없는지, 초등학교 부모로 거듭나기란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오늘은 시간에 맞춰 등교한 첫 날이다. 가방을 메고 잔뜩 준비물을 챙겨서 함께 8시 20분부터 집을 나섰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8시 4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반에 잘 찾아갈 수 있을지, 이따가 늘봄반도 가야하는데 잘 갈 수 있을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낼지, 하교 후 태권도 사범님과도 잘 만나 갈 수 있을지, 선생님과의 관계도 어떨지 등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어린이는 신이 나서 방과후도 이것 저것 한다고 하고 나중에는 공부해서 로보트를 만들어야 하니 대학교에도 가야 된다고도 한다. 어찌 되었건 직접적인 교육이 시작되는 날이다. 정신없이 등교를 시키면서 보니 태권도 가방을 안 가져 왔다는 사실을 학교에 가서 깨달았다. 오늘은 사범님께 얘기해서 띠 없이 하자꾸나. 앞으로도 많은 일이 있겠지만 부디 인생에서 좋은 추억이 많이 남는 시기가 되길. 너의 학교생활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