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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이자 같이 지내는 마지막(아마도?) 방학

by 쏘니

어린이가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여름방학은 한 달 남짓이다. 방과후를 다섯 개나 하는 어린이는 학교를 간다. 늘봄과 늘품도 신청해서 방과후 수업이 없는 날도 학교를 간다. 결국 방학이지만 학교를 가고, 다만 9시 반까지 가는 게 다르다. 늘봄 늘품만 있는 시간은 12시에 끝나고 방과후 수업이 있는 날은 12시 반에 끝나며 밥을 먹지 않고 오는 것 또한 다르다.

복직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엊그제는 복직신청서도 냈다. 등하교가 문제인데 올해 법이 바뀌어서 육아휴직 기간을 다 쓰고도 육아기 단축근로를 할 수 있다고 해서 10시 5시로 하루 2시간 단축근로를 하기로 했다. 2학기는 학교 다니며 방과후 하고 늘봄 늘품 등 이용한 뒤 태권도를 갔다 오면 얼추 내 퇴근시간과 비슷할 거 같다. 놀이터 붙박이로 활동하며 친구들의 보호자와도 많이 안면을 터 놨고 연락처도 교환했다. 특히 할머니들과도 소통하며 지냈는데 복직한다고 하니 걱정도 많이 해 주시고 응원도 해 주셨다. 준비물이나 기타 궁금한 사항은 단톡으로도 물어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린이도 나와 함께 출퇴근을 하게 되는 셈인데 1학년 1학기를 지나고 보니 많이 컸다 싶기도 하고 핸드폰 사주면서 서로 연락하고 그러면 어느 정도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다(사실은 그러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문제는 겨울이다. 겨울은 두 달 동안 방학인데 방과후고 늘봄이고 늘품이고 이용하면 12시고 12시 반이고 집에 오는데 오후가 그럼 싹 비워지니 엄마나 아부지에게 방학만 좀 와 달라고 부탁을 할지...가족돌봄도 열흘 남짓이니 그것도 쓰고 연차도 쓰고 그래도 1월 정도만 커버가 될 거 같은데 2월은 아예 엄마네로 보낼까 싶기도 하고 걱정이 많다. 혼자 밥을 차려먹고 하기는 아직 힘들 거 같은데 잘 할지 걱정도 되고 일단 복직 후에 좀 지켜봐야 알 거 같다.

방학 얘기로 돌아오면 여기 학교는 방학식 하고 수업을 모두 하고 늘봄도 방과후도 동일하게 해서 방학 당일은 다른 날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방학을 딱 시작하며 어린이는 신이 일단 너무 났다.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서 티비 본다 닌텐도 한다 마리오 카트 하자 난리가 났다. 9시 반까지 학교를 가니까 주말처럼 약간 생각되나보다. 집에도 12시 반이면 와서 점심 먹고 태권도를 갔다 와도 3시다. 어젠 친구를 데려와서 신나게 마리오 카트를 30분 내리 했다. 밖에는 너무 더우니 집에 가자 하고 데리고 왔는데 남자애들이라 그런지 금방 게임도 잘 하고 신나게 놀다 갔다.

초등 방학 때는 숙제가 없다고 들었는데 여긴 그래도 있기는 하다. 하루에 스스로 공부하고 운동한 뒤 체크하기, EBS 방송 15분짜리 10개를 보고 소감이나 배운 점 적기 등이다. 방학을 맞아 나도 어린이가 필사할 수 있는 책을 샀는데 문장이 짧아서 한 쪽에 5분이면 끝나 부담이 없다. 파닉스도 할까 싶었는데 전에 들었던 강연에서 그냥 영어 노출을 목표로 두고 애니메이션 등 많이 보여주라고 해서 아침 시간에는 영어 영상 베베핀이나 영화 등을 틀어주고 있다. 같이 지내는 방학이 아마도 지금 계획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여유를 갖고 지내면서도 하루 1~2시간 정도만 학습하는 데 의의를 가지려고 한다. 학교 가고 태권도 가고 이러면 사실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밥먹고 이런 저런 시간 빼면 5~6시간 정도 밖에 안 되니까 알차게 잘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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