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언제나 색종이가 있다. 가위와 풀도 늘 구비되어 있다. 아이가 언제라도 놀 수 있게끔 보이는 곳에 비치해 뒀는데 발이라도 달렸는지 안 보일 때가 있다. 놀고 나서 제자리에 두는 연습을 시키고 있는데 나도 어려우니 아이도 어려울 거다.
색종이로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를 만들고 싶다고 하더니 신나게 풀칠을 하고 있다. 여러 장 붙여 둔 색종이를 보고는 짜잔 하면서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하며 웃어줬지만 복장이 터질 일이다. 바닥이 온통 풀이 붙어 끈끈하게 벌써 먼지가 앉았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으면 말도 안되지만 그렇구나 하게 되는 지점이 있다.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연결하여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가 되었다고 하는데, 멋진데 너무 많은 장수에 풀칠을 하는 건 낭비라고도 얘기해 줬다.
낭비는 뭐냐고 물어봐서 뭐든 많이 쓰는 건 낭비라고 얘기해 줬다. 왜 그러면 안되냐고 하여 모든 건 제한이 있고 한계가 있다고도 얘기해 줬다. 이해를 잘 못하는 거 같았지만 그래도 계속 얘기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계속 얘기해 줘서 시간에 대해서도 이제 정해져 있고 유한하다는 걸 알게 된 거 같다.
어제는 왜 엄마아빠는 예쁜말을 하다가 안하다가 하냐고 한다. 우리 부부는 만날 때부터 존댓말을 하기로 했었다. 지금은 반존대를 하긴 하지만 존댓말이 예쁘게 느껴지나 보다. 본인은 태권도 형님들에게 존댓말을 하지 않는데 왜그러냐 물어서 아이들끼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줬다.
아이는 늘 궁금할 거다. 이 아이에겐 새로운 것 투성이일테니 앞으로도 덜 짜증 내며 잘 얘기해 줄 수 있도록 나를 더 돌보고 마음을 더 다스려야겠다.